김현순

하얀 화선지 위에 붓을 내려놓고

들길 따라 걸어가는 뒷모습

오래된 무명옷처럼 정갈하다

 

소박한 삶 한가운데

속 깊은 이웃의 언어

노란 햇살에 스며드는

하늘 맑은 나날들

 

철망 너머 금단의 땅 훤히 보이는 곳

땀에 젖은 군화 옆에서

고향 집 앞마당 하얀 강아지들처럼

반갑게 흔드는 그리움

 

때로는 부당한 땅에 차별 없이 자라나

헛꽃만 하얗게 피어오르다 지고 마는

대책 없는 그 미소는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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