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어린이집 미편성…유치원 예산 64% 삭감 할 것”
충남도의회 반발…김지철 교육감 시정연설 못해

(동양일보 지영수/정래수 기자) 충남·북 도의회가 26일 도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예산 수립을 압박하고 나섰다.

충북도의회는 26일 충북도와 도교육청에 대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된 수정 예산서를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윤홍창 교육위원장과 윤은희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두 기관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평등하게 교육받을 아이들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교육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 각 시·도 교육청에 의무 편성토록 했으나, 충북도교육청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라며 관련 예산을 한 푼도 세우지 않았다. 충북도 역시 대체 편성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59억원만 편성했다.

윤 위원장과 윤 대변인은 “충북과 경기, 대전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는 내년도 누리과정 파행을 막기 위해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며 “이것이 바로 도민의 걱정을 덜어 드리는 최소한의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서는 대구·울산·경북만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충북도의회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삭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59억을 유치원(36%)과 어린이집(64%) 원생들의 비율에 따라 64%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치원 누리과정이든 어린이집 누리과정이든 모두 우리 충북의 아이들을 위한 사업”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현 상황을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충남교육청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제외하고 예산을 편성했다가 도의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이날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교육감의 시정연설을 들을 이유가 없다’는 의원들의 요구로 시정연설을 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열린 283회 충남도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안 지사의 시정연설이 끝나고 김 교육감의 순서가 되자, 홍성현 도의회 교육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고 나섰다.

홍 위원장은 “15개 시·군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도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을 것으로 전제로 한 것”이라며 “도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시·군 재정이 악화돼 2∼3달 뒤면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도교육청의 예산 운용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도의회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요구를 무시하고 도민의 요구를 묵살한 교육감의 시정연설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제안했다.

홍 위원장의 제안을 받은 유익환 부의장이 ‘이의나 다른 의견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반대 의견이 없어 김 교육감은 시정연설을 하지 못했다.

홍 위원장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뒤 차후 정부와 협상할 것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