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례

꽃등을 달고 걸어간다

 

한참을 내어주던 맨발가락이

꽃잎을 털어낸다

 

논에는 물길이 새로 나고

하늘이 참방거린다

물바구니 행차에

돌미나리 길을 열고

실지렁이도 둑길에

항아리 빚어 놓는다

 

햇살은 사방사방 날개짓하고

둑길 조팝꽃

펑펑 터지는 하얀 기억들

자근자근 들려오는 듯

간지럼 피우는 바람은

꽃마당을 수놓음 지나갔다

 

나는 너의 향기와 웃음이 다칠까봐

보랏빛 꽃밭에서

조심스레

한마디 말을 건넨다

 

꽃은 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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