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청년 신계급론인 ‘수저론’이 연일 화젯거리다. 플래티늄수저와 다이아몬드수저, 금·은·동 수저와 놋쇠와 플라스틱 수저를 비롯해 심지어 흙수저까지 다양한 ‘수저론’이 나타나 요즘 세태를 빗대고 있다.
미국에서는 ‘실버스푼을 물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부잣집 혹은 명문가 출생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고 태어났다는 의미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의 원전쯤 되겠다.
‘수저론’을 거론하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마치 무엇을 빼앗긴 듯한 탄식이 들어있다. 심지어 ‘누구네 집 아들과 딸‘이라는 꼬리표도 붙게 된다. 이 같은 ‘금수저’ 논란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위치가 제일 먼저 판단의 기준이 된다. 학력이나 친척, 친구관계를 비롯해 사는 동네까지 거론된다고 하니 심각한 사회문제다. 같은 부류에 속하지 못한 집단들은 욕과 비난을 퍼부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벌이는 일탈이 요즘 사회문제로 부각돼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충주지역에서는 도내 북부지역 경제단체장을 지낸 지역유지의 아들인 A(35)씨의 일탈이 지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A씨는 3년 전 경매를 통해 수억 여원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하고 충주 중심가에 수십억 원에 달하는 또 다른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충주관문인 4차선 도로 옆에 무인모텔 허가를 무려 세 곳이나 받아놓고 이 가운에 한 곳은 올해 초 무인모텔을 지어 운영하다가 지난달 허가받은 토지 2필지와 함께 팔아넘기기도 했다.
경매를 통해 매입한 충주 중심가 주차장 부지는 한동안 무료 개방했다가 권리행사를 이유로 두 달여간 폐쇄하는 ‘몽니’를 부려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던 곳이다. 
어린 나이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토지를 거래하는 것이 경제단체장을 지낸 아버지의 차명재산 의혹과 증여 문제를 의심받고 있다. 물론 A씨 아버지는 아직까지 현역으로 지역사회에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이며 관내 권력기관 위원 모임에는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A씨의 사업수완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대목이다. 만일 아버지가 지역사회 ‘토호’이고 아들인 A씨가 ‘금수저’라고 한다면 이들이 벌이는 일탈이 사실일 경우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까지 A씨가 지역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단 말은 듣질 못했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아직 어린 나이인 A씨가 실천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그 나이에 거액의 토지 거래와 무인모텔을 운영하고 모텔 허가를 무려 두 곳이나 더 받아 이를 팔아치우는 수완이라면 이쯤에서 집 창고에 묵혀뒀던 ‘금수저’ 일부를 풀 줄도 알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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