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자연 속에서 농민운동을 하며 농사꾼으로서의 삶을 일궈가고 있는 신언관(61) 시인이 20여년 간 흙과 땀으로 빚어낸 시들을 엮어 시집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을 발간했다. 첫 시집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이후 꼭 20년 만의 새 책이다.

시집에 실린 80편의 시들을 통해 그는 운동가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서정시인으로서의 감성을 드러낸다. 청주시 오창읍 성재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주로 자연 속에서 땅을 일구며 느끼는 단상들을 시로 풀어냈다.

‘저 강물 속에 남겨놓고 떠난 것은/붉디붉은 그리움이 타버린 애석함이 아니라/숨막히는 간절한 소망,/감히 거둘 수 없었던 외침도/메아리 없이 강변 갈대숲으로 사라지고/어느 틈 잠시 눈 감은 사이/어둠이 노을의 강을 삼켜버렸다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중에서)’

표제작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은 신 시인의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 있는 병천천 일대를 묘사한 시다. 이 시에 이래근 청주대 교수가 곡을 붙인 동명의 노래가 지난 10월 청주아트홀에서 열린 ‘청주 예술가곡의 밤’에서 김태훈 테너(청주대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신 시인은 “지나치게 은유하거나 상징하는 문학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려고 했다”며 “주로 가을걷이가 끝난 뒤부터 이른 봄 사이에 작품을 많이 쓰게 된다”고 밝혔다.

염무웅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는 “‘군불’ 같은 서너 편의 시에서 마치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듯 잠시 감정의 격렬한 폭발을 보여준 다음 다시 온순하고 선량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며 “농사와 수행을 거듭하는 동안 아버지의 고단했던 삶을 자신의 영혼 안에 뜨겁게 받아들임으로써 그의 시는 독자로 하여금 또 다른 감동을 맛보게 한다”고 평했다.

1일 오후 4시 청주 선프라자 컨벤션센터에서 시낭송과 공연이 어우러진 북콘서트 형식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저자는 1955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2015년 ‘시와문화’로 등단했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했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 초대 정책실장,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 공동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시와문화. 135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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