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혜숙 청주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사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 4대악(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에 경찰도 4대악 근절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다른 범죄들도 심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정폭력은 단순히 개인 또는 가정 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폭력 등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반드시 근절해야 할 중대한 범죄이다. 또한, 가정폭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또 가해자와 피해자가 좁은 공간에서 늘 함께 생활하고 집안 가재도구들이 언제든지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지난 11월 3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가정보호사건은 9489건으로 5년 전인 2010년(3257건)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2012년(3801건)과 2013년(6468건) 수치를 볼 때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가정폭력 사건 처리 시 피해자에게 처벌여부를 물어 그 의사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면 가해자가 처벌이 되고 가해자는 다시 거기에 앙심을 품어 또 다른 폭행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추후 벌금이 나오면 고스란히 피해자가 감당해야 될 경우가 많다보니 결국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결정하기 일쑤였다. 사건을 할 때마다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부부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이 되다보니 결국 가정폭력의 그늘 속에 참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폭력처벌법 시행으로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상황은 좀 달라졌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경우 징역·벌금 등의 형사처벌 대신 가해자의 폭력적인 성향을 교정하는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치료감호 등의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에 사건처리를 하는 것이 가정파괴가 아닌 가정보호 역할을 어느 정도 실현하게 되면서 경찰과 피해자가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건처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경찰에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있을 때마다 즉각적인 현장출동을 하고, 가·피해자 분리를 우선적으로 실시하여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는 ‘피해자 권리 고지서’를, 가해자에게는 ‘예방 가이드’를 교부하고 있다. ‘피해자 권리 고지서’에는 임시조치,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신변안전조치 등 피해자를 위한 여러 권리를 자세히 안내하여 피해자 본인의 상황에 맞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충북지방경찰청 특수시책으로 제작된 ‘예방 가이드’에는 사건처리 절차와 각종 불이익 사항(접근금지, 친권행사 제한 등)을 명시하여 가정폭력이 명백한 범죄라는 것과 그 처벌을 인식시켜 폭력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하여 재발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경찰서 가정폭력전담경찰관은 가정폭력으로 신고 된 모든 가정에 대한 합심조사 및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자 상황에 맞는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재발우려가 농후한 가정을 따로 선정하여 지속적으로 특별 관리하고 있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경찰활동과 더불어 1366, YWCA여성종합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쉼터 제공 등 다각적인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있고 가해자들은 본인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는 폭력행위 시 가정 내의 일이 아니라 분명한 범죄로서 각종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숙지하여 스스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하고, 피해자는 예전처럼 참고 또 참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건 진행 등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신고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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