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구본영 천안시장이 최근 대표공약 격인 호수공원 조성사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대신 권역별로 기존 저수지를 활용한 수변생태체험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궤도를 수정한다고 덧붙였다. 천안시 재정여건 상 2000억원대의 조성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철모 천안시부장은 최근 언론과의 간담회 자리에서“국내 대표적 호수공원은 조성비용이 대규모 신도시개발 사업 조성원가에 포함됐지만, 천안호수공원은 비용 조성 대부분이 시 재정으로 충당해야하므로 사업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2000억원대의 조성비용이 예상되는 인공호수공원은 구 시장의 대표 선거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취임 1년 6개월 여 만에 공약을 철회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등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성무용 전 천안시장은 독단적으로 천안야구장 조성 공약사업을 강행했다가 퇴임 후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성 전 시장은 12년간 재임하면서 100만 인구도시 인프라를 구축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야구장 조성사업 강행은 행정절차상의 하자와 관계없이 혈세를 집어 삼킨 '동네야구장'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당시 야구장은 한화경기를 유치하는 프로구장으로 구상됐다. 부지매입 비용 540억원 등 총 780억원의 재원을 투입됐다. 하지만 조성 과정에서 야구동호회가 이용하는 동네야구장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성 전 시장은 혈세낭비는 물론 토지보상 특혜 시비 등에 휘말리게 됐다. 천안시의회는 이번 행정사무감에서 당시 행정책임자이었던 성 전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 야구장 조성 경위 등을 따져 물어볼 계획이라고 한다. 재임시절 의회의 출석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던 성 전시장으로서는 증인채택 자체가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공약사업은 천문만학적인 재원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세수를 고려하지 않고 공약사업에 매달린다. 공약사항 이행은 자치단체장의 평가기준이 되고, 유권자의 표심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의 섣부른 공약사업 추진은 자칫 재정파탄을 불러올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용인시의 경전철 사업이다. 재정파탄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러기에 대규모 공약사업은 타당성 검토와 전문가 의견 청취 등 검증단계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천안야구장을 추진한 성 전 시장과 인공호수공원을 포기한 구 시장에 대한 평가는 분명하게 엇갈린다. 두 시장에 대한 최종평가는 시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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