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피감기관에 시집 팔아
노 의원 “오해소지 있어 반환조치”…당무감사원 감사 자청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이 출판사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고 피감기관에 자신이 낸 시집을 판매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1일 사법당국 수사 촉구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노 의원의 최측근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쓴 소리를 낸데 이어 원내대표도 당 차원의 조치를 검토하는 등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노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청주 선프라자컨벤션센터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시집 ‘하늘 아래 딱 한 송이’ 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었다.
이 시집은 지난 2007년 ‘바람 지나간 자리에 꽃이 핀다’를 출간한지 8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전체 6장에 걸쳐 자연, 성장기, 가족, 여행 등을 소재로 한 72편의 시가 실렸다.
전체 8000권을 출간한 가운데 광물자원공사(200만원), 석탄공사(50만원)와 다른 공기업(100만원) 등이 카드결제 단말기를 통해 책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산업위원회 피감기관이다.
노 의원은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두고 공기업 한 곳에 책을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노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할 때 구매 편의를 위해 관례적으로 해온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노 의원은 입장자료를 내고 “동료의원들은 물론이고 피감기관에도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며 “피감기관이 혹시 알더라도 화환도 보내 못하게 했고 오지도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극히 일부 피감기관에서 관행적 수준의 도서구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싶어 피감기관의 책 구입대금을 모두 반환하라고 지시했고 벌써 오래전에 반환조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실에서 출판사의 카드 단말기로 책을 구입한 기관이 딱 한 곳만 있었는데 이도 이미 오래전에 반환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노 의원은 당 당무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떳떳하게 조사에 응하고 문제가 있다면 당무감사원의 처분에 따르며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문 대표는 이날 “국민의 눈높이 맞게 더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아마 출판사의 단말기를 사용했다는 거고 기관에서 결제한 돈은 꽤 오래전에 돌려드렸다는 건데 어쨌든 그렇다 하더라도 의원들이 도덕성이나 윤리문제에 대해 더 각별하게 신경써야했다”며 “사실관계는 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 차원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어떤 법에 어떻게 위반되는지, 국회 윤리 문제와 어떻게 저촉이 되는지 우리가 서로 정한 스스로의 행동규약과 얼마나 어떻게 거리가 있는 것인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 놓고 판매한 것과 관련 “잘 모르고 한 경우들이 꽤 있다고 보고를 받았다”며 “그런데 그것이 워낙 중진이고 상임위원장이기 때문에 주시해서 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노 의원은 즉시 충북도민들께 석고대죄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성명을 내 “지역구 3선 의원이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노 의원의 이런 행위는 정치개혁을 다시금 후퇴시키는 행위”라며 “사법당국은 불법행위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청주흥덕을당협위원회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범을 보이고 정치개혁을 해야 할 3선 의원의 갑질행태를 규탄한다”며 “노 의원은 산자위원장 및 의원직을 즉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