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지속 상품가치 떨어져 300억원 손실
현행법상 가공품은 지원 불가능…충북도 고민

(동양일보 지영수/보은 임재업 기자) 전국 4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감의 고장’ 충북 영동 곶감 농가들이 올해 이상 기후에 따른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를 하지 못하게 돼 시름에 빠졌다.

1일 충북도와 농가에 따르면 최근의 궂은 날씨로 곶감이 제대로 마르지 않은 채 썩거나 곰팡이가 피면서 그 피해액이 무려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밀폐된 건조시설을 갖추고 제습장치를 구비한 농가는 그나마 덜하지만 재래식 건조 시설에 의존하는 영세농가에 피해가 집중돼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충북도는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곶감피해 농가 지원대책 간담회’가 열렸지만 피해농가들의 어려운 처지를 걱정했을 뿐 이렇다 할 묘책은 찾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영동주민 6명은 △재해 보상 △지사 특별조정교부금 지원 △곶감 건조시설 설치 지원 △저리 융자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수용해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농업재해대책법상 수확 후 껍질을 벗겨 말리는 곶감은 농산물 가공품이다. 재해 지원 대상인 산림작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에 피해를 본 영동 곶감 생산농가들은 현행법상 생계 안정과 경영 유지, 재해 예방을 위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사 시책추진보전비로 불리는 특별조정교부금을 이들 농가에 지원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이시종 지사의 내년도 특별조정교부금으로 261억원 편성됐지만 지방재정법상 이 교부금을 민간 부문에 지원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영세 농가의 사정이 딱하지만 위법하게 교부금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민들이 희망하는 건조기 설치비 지원도 내년도 곶감 생산을 위한 대책일 뿐 당장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편은 아니다.

도는 국비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내년 1회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때 이 사업비를 세울 계획이지만, 내년 3∼4월에나 지원이 가능해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한계가 있다.

피해 농가는 산림사업종합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연 2.5%에 3년 거치 7년 상환 조건이다.

그러나 이상고온 현상으로 2011년 융자받았던 이 자금을 갚기 시작한 농가들 입장에서는 또다시 융자받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피해 농가들은 이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주기를 바라지만 이 자금 운용의 주체가 정부인 터라 충북도로서는 확답해 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신원섭 산림청장이 오는 2일 영동 곶감 생산 피해 농가를 방문, 고충을 들을 계획이어서 충북도는 이 기회를 활용, 저리 융자를 요청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들에도 관련 법 정비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지원 대책 간담회에 참석했던 박 의원 측은 “저리 융자를 산림청에 이미 요청했으며 곶감이 재해 대상 품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우양(영동2) 충북도의원은 이날 열린 344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곶감을 ‘농어업재해대책법’에 의한 산림작물에 포함, 피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토록 정부에 건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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