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끝내 돌돔은 못잡았지만 시청자는 기꺼이 그들의 그물에 잡혀줬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필사의 노력으로 '한떨기 부추전'을 부쳐먹으며 시작하더니 겨울 바다를 느긋하게 바라보며 해산물 뷔페를 차려먹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tvN '삼시세끼-어촌편2'가 시청자의 가슴에 한줄기 바닷바람을 심어놓고 만재도와 작별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 9월 13.9%(이하 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첫회부터 대박을 친 '삼시세끼-어촌편2'는 만재도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보여준 지난 4일 12.6%를 기록했다.

방송 두달간 끝내 첫회 시청률을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삼시세끼-어촌편2'는 방송 내내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1편을 넘어서는 성적을 냈다.

차승원-유해진의 찰떡궁합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고, 그에 비례해 화면에 잡히는 여유와 편안함도 배가되면서 금요일 밤 시청자들은 또다시 넋을 놓고 이 프로그램을 지켜봤다.

 


◇문어 손질에 신기 발휘한 차승원, 80가지 요리 차려내
'차주부'의 현란한 요리쇼는 이미 1편에서 확실하게 확인했다. 그래서 혹시나 밑천이 드러나나 했더니 웬걸, 차주부는 여전히 보여줄게 많았다.

1편에서 83가지 요리를 차려낸 차승원은 이번에도 80가지 요리를 빚어내며 깊이가 어디에 이르는지 모를 내공을 발휘했다. 단 한순간도 주저함이나 막힘이 없었고, 상차림은 오히려 점점 더 화려해지는 느낌이었다.

2편에서는 특히 문어 요리가 압권이었다. 문어를 보자마자 요리 준비에 들어가 숙회와 초회를 만들어내는 차승원의 손놀림은 신기에 가까웠다. 일반 주부도 평소 문어를 손질할 일이 별로 없는데, 차승원은 기계처럼 손을 놀렸고, 양념 간장과 소스 역시 막힘없이 만들어냈으며 데코레이션에도 섬세함을 발휘했다.

게스트로 와 문어 요리를 맛본 윤계상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표정을 지은 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표정을 지었고 감탄사를 토해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가 막히는데 맛도 일품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빅마마도, 백종원도, 이연복도 아닌 차승원이 어떤 재료가 와도 척척 손을 대고, 심지어 육류에 비해 어려운 어류를 자유자재로 요리해내는 것을 보면 요리는 그의 일상임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그는 이번 시즌2에서 '요리 머신'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만약 그가 요리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는 거였다면 이런 식의 감흥은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회를 뜨고, 숙주나물 볶음밥을 만들어내며 거북손을 무쳐 내는 과정은 봐도봐도 재미있고 빠져들게 된다. '이것은 실제상황'이라는 사실이 엄청난 생명력을 발휘했다.

또한 "5분 끓여" "7분 끓여"라는 식으로 매 단계 정확한 판단과 지시를 하는 모습 역시 혀를 내두르게 했다.

 

◇프로페셔널한 목수 유해진, 마침내 46㎝ 대왕 노래미 잡다
'바깥양반' 유해진 역시 1편에서 보여줬던 전문 목수의 솜씨를 또다시 과시했고, 낚시꾼으로서는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부창부수했다. 그는 마침내 마지막에 46㎝짜리 대왕 노래미를 잡으며 손맛을 만끽했다.

그가 망치질로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데, 그것이 가난한 연극배우 시절 배우들이 '일당백'으로 직접 무대 세트를 꾸몄던 시간들이 쌓인 결과라는 설명이 따라붙으면서 감동이 추가됐다.

1편에서는 차주부의 화려한 요리쇼에 다소 가려지는 듯했지만, 2편에서는 유해진의 심심한 듯 심드렁한 듯한 움직임이 볼수록 진국으로 다가왔다.

주도권은 차승원에게 내주고 한발 뒤로 물러나 드럼통에 불을 지피면서 해도 해도 안 되는 낚시를 다녔지만 그런 그의 소탈함은 정겨웠다. 이기려고 들지도 않고 기를 쓰고 덤비지도 않았지만, 실없는 농담과 커피를 간장으로 속이는 등의 어이없는 사기행각을 벌이는 와중에도 유해진은 사실 누구보다 부지런했고 성실했다.

또한 인간의 역사가 불에서 시작됐듯, 그가 불을 지피지 않으면 만재도의 밥상은 차려지지 못했다. 그가 바람과 비를 피해 삼시세끼 불을 활활 피워내는 모습은 익살스럽기도 했지만 사실은 밥에 대한 경건한 의식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는 공을 내세우지 않고 차주부를 위해 무대를 마련해주고 자신은 기꺼이 커튼 뒤로 들어감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간을 알맞게 조절했다.'

 

◇외딴섬 만재도, 그 섬에 가고 싶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읍내를 만나는 강원도 정선과 달리, 만재도는 고립무원의 섬이다. 비바람을 견디고, 난데없는 단수도 견뎌야하는 외딴섬에서의 생활은 도시인에게는 아날로그를 넘어 원시의 재미를 준다.

통통배를 타고서 가고 가고 또 가야 닿을 수 있는 이 섬은 그러나 그 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와 그속에 자리한 신비의 세계가 매일매일 알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촌편1이 방송된 후 만재도를 찾는 관광객이 생겨났는데, 어촌편2로 인해 만재도를 찾는 발길은 더 늘어날 듯 하다.

차승원-유해진에 '착한 머슴' 손호준이 이 섬에서 빚어낸 순하고 정겨운 화학작용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 자체를 몰랐던 섬 만재도를 화제의 중심으로 옮겨놓았고, 시청자의 가슴에 쉬어가는 페이지를 만들어줬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