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익 없으면 뇌물공여죄 성립되지 않아

(문) 저(甲)는 3년 전쯤 행정고시 공부를 하였으나, 적성에 맞지도 않았고 부모님께서 하시던 건설사업을 이어 받으라고 하는 터라, 시험공부를 그만두고 가업을 잇게 되었습니다. 제가 시험공부를 그만둘 무렵, 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하게 지내온 친구(乙)가 행정고시를 준비한다길래, 저는 제가 살던 고시촌 원룸(전세), 사용하던 책상, 침대, 노트북, 강의테이프, 교재 등을 모두 그 친구에게 무상으로 대여해준다면서 떠넘겼습니다. 제 집이 부유하였던 반면, 그 친구집은 형편이 어려웠던 터라, 그것은 제가 해줄 수 있는 우정의 표시였습니다. 그 친구는 1년 만에 행정고시에 합격하였습니다. 합격축하 술자리에서 그 친구가 원룸, 책상, 침대 등의 반환을 이야기해서, 저는 ‘친구사이인데 빌려준 것가지고 뭘 그러냐’고 하면서 그 친구의 부담이나 덜어주고자 ‘앞으로 건설 업무 쪽으로 가게 되면 잘 나갈 공무원에게 뇌물로 빌려준 것이라고 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전해진 건지, 제가 그 친구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해서 투서가 있었고 저는 뇌물공여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는 것인가요.

 

(답) 질문자가 뇌물공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고의가 있다고 본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뇌물공여죄에 대하여 무죄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1. 우리 형법 129조에서부터 132조까지는 직무에 관하여, 공무원이 혹은 공무원이 될 자가 사전에, 혹은 공무원이 청탁을 이뤄주고 사후에, 뇌물을 수수·요구하는 경우 등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법 133조는 형법 129조부터 132조까지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사안은 공무원에게 혹은 공무원이 될 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2. 이런 경우, 甲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법원에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甲과 乙간의 평소 친분관계 입증, 乙이 그 원룸과 물품 등을 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사용하여 왔다는 사정 입증, 甲이 乙에게 무상으로 사용케 하였다는 사정(금전거래여부) 입증, 합격축하술자리에 동석한 다른 사람들의 사실관계확인 등이 중요하여 질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하여 입증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법리적인 것을 검토하여 보면, 甲이 乙에게 한 말은 단순히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 말에 불과하므로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乙에게 무상으로 물품 등을 인도해 주고 사용케 하였으므로, 새로운 이익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닌 바,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안에서 ‘처음에 무상대여할 당시에 정한 사용기간을 추가로 연장해 주는 등 새로운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만한 사정이 없다면, 이는 종전에 이미 제공한 이익을 나중에 와서 뇌물로 하겠다는 것에 불과할 뿐 새롭게 뇌물로 제공되는 이익이 없어 뇌물공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도6232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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