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상(편집국 부국장 / 충주지역 담당)

▲ 윤규상(편집국 부국장 / 충주지역 담당)

우민화 정책(愚民化 政策)이라는 말이 있다.
대개 독재·부패정권에서 국민들이 정치와 국정에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이란 해석으로 통용되고 있다.
특히 이 정책이 불통과 연결되는 경우 민초들은 독재 권력 존재도 모를 수 있어 실제로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한다.
우민화 정책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것이 ‘3S’라는 말이 있다.
‘3S’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대한민국에서 스포츠와 성 풍속, 영상이라는 수단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일종의 ‘배기 정책’의 통칭이다.
‘3S’는 ‘스포츠(Sports)’와 ‘섹스(Sex)’, ‘스크린(Screen)’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초 5공 군사정권이 국민들 관심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돌려 반정부적 움직임과 정치·사회적 논쟁거리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추진한 사례들이 거론된다.
올림픽 유치와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씨름 출범은 ‘스포츠(Sports)’로,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시켜 밤 문화 양산을 초래했다는 사례가 ‘섹스(Sex)’로 통칭되고 있다.
‘스크린(Screen)’의 경우 그해 영화 검열과 규제가 파격적으로 완화됐고 극장 개봉작 가운데 반 이상이 에로영화였고 ‘애마부인’ 시리즈  출발도 이 시점이라고 한다.  
‘3S’는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라 인구에서 회자되다가 굳어진 표현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우민화 정책이 의도치 않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스포츠와 문화 산업에 투자한 덕분에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통합 청주시가 ‘3S’ 가운데 ‘스포츠(Sports)’에 해당되는 프로축구단 창단을 놓고 시끄럽다.
창단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시와 시의회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의회 해당 상임위는 프로축구단 창단은 청주 위상 제고를 위해서는 제격이지만 운영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시민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프로축구단이 창단되면 청주시 홍보효과가 극대화되고 브랜드 가치 상승과 시민이 하나 될 수 있는 통합시(市) 구심점 역할도 기대된다는 게 시 입장이다.
하지만 청주시가 구단주가 아닌 후원기관으로 참여하는 기업주도형 프로축구단 창단이기에 문제점 분석 결과가 도출될 경우 사실상 프로축구단 창단은 물 건너가게 될 공산이 크다.
충주는 이미 3년 전부터 험멜FC가 충주지역을 연고로 기업주도형 프로구단으로 창단, 현재 프로축구 K리그 2부인 챌린지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아 3년 전 창단 첫해에도 11개 팀 가운데 ‘꼴지’를, 이듬해에는 ‘꼴지 2위’, 올해에도 ‘꼴지’ 탈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충주험멜FC에 지원되는 금액은 스포츠토토에서 매년 6억 원을, 프로축구연맹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10억 원을 지원했다.
충주시에서도 창단 초기부터 매년 3억 원을 지원했고, 충주기업도시 측에서도 창단 원년에 3억 원과 한 해 건너 올해 3억 원을 도와줬고 도교육청도 창단 첫 해 3억 원을 내줬다.
충주험멜FC는 선수와 감독·코치를 비롯해 구단 관계자까지 합하면 약 50여 명 수준으로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 급여와 식대, 숙소임대료, 사무실 운영 등에 큰 금액이 들어가지만 구단주가 연간운영비가 40억 원~5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말에 지역 축구계 인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연간 운영비 전체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 지는 구단주와 몇몇 관계자 외에는 사실관계 여부를 아무도 모른다.
당시 기업주도형 구단과 지자체가 서로 손을 잡은 형국이라는 좋은 표현으로 프로축구단 창단에 힘을 몰아줬지만 창단 3년째를 맞는 성적표로는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3년 전 프로축구단 창단 당시 시장으로 재직했던 이종배 현 국회의원은 충주험멜FC를 지역 인지도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건실한 프로구단으로 육성·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축구의 원론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득점’이며 그 득점을 통한 ‘승리’라는 단순한 명제를 갖고 있다.
당시 시장이었던 이종배 현 국회의원과 이승훈 청주시장이 3년 전과 현재 상황으로 비춰볼 때 우민화 정책에 프로축구단 창단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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