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현역 1위 차지해도 과반 못얻으면 결선서 역전패 가능성

(동양일보)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 공천에 도입하기로 한 결선투표제는 일단 후보들의 경쟁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일반적으로 다자(多者)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총선 경선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자들만 따로 추려 다시 한번 걸러내는 절차가 결선투표제다.

이렇게 하면 중구난방 식으로 여러 후보에 흩어진 1차 투표의 지지율이 결선투표에서 헤쳐모여 야당과의 대결에서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후보를 공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제도의 특징은 '현역 프리미엄'의 착시 효과를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구 경선은 보통 현역 의원과 원외(院外) 후보들이 경쟁하는 '일대다(一對多)' 형태로 치러진다. 원외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기본적으로 현역에 유리한 구도다.

게다가 현역 의원은 조직력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하고, 의정보고서 배포나 '민원의 날' 행사 등으로 선거운동 측면에서도 자유롭다. 원외 인사들이 현행 제도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선투표제는 유리한 지점에서 출발하는데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역 의원이, 결선투표에서 지지율이 집결된 원외 후보에게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 같은 '불공정 경쟁'을 다소 완화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이번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게 된 계기도 이 같은 1차 투표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지역구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1차 투표에서 전과가 있는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했으나, 1·2위 후보만 놓고 결선투표를 치렀더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 김태호 최고위원을 비롯한 여러 최고위원들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결과를 보고받고 "현역 의원이 1위를 차지하더라도 지지율이 과반이 안 되면 차점자와 결선을 실시해 후보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며 결선투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론 결선투표제만으로 현역 프리미엄이 온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없는 현역 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는 상황을 막으려면 아예 현역의 일정 비율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컷오프'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김 최고위원 등의 주장이다.

다른 한편에선 결선투표제가 악용될 소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 청와대 등 '권부' 출신 인사들이 원외 후보로 나서 특정인을 떨어트리는 데 결선투표제가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새누리당의 경우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것으로 일컬어지는 인사가 텃밭인 TK(대구·경북) 등에 출마, 1차 투표에선 차점에 그쳤지만 결선투표에서 탈락자들의 지지를 결집해 특정 현역 의원을 '저격'할 수 있다.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결선투표제에 거부감을 보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공천 방식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를 출범키로 하고, 위원장에 황진하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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