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충북을 터전으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시인이 최근 동시집을 잇달아 발간했다. 어른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상상과 환상의 나라에서 모험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책. 투명하고 맑은 마음이 담긴 사랑스러운 동시들이 어른들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어린이는 물론 동심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구미영 동시집 ‘꼭 물어볼 거야’

 

엄마는 모르나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하기 싫은 일
내게도 있다는 걸.

뭐든 하기 싫다고 하면
그래도 해야 한다고,
훌륭한 사람 되려면
해야 한다고.

싫어하는 일만 해도
훌륭하게 되는 걸까?

오늘밤 달님께
꼭 물어볼 거야.
(‘꼭 물어볼 거야’ 전문)

치유상담사이자 시인인 구미영씨가 최근 동시집 ‘꼭 물어볼 거야’를 발간했다. 2000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구씨가 처음 발간한 동시집. 그동안 쓴 동시 중 61편을 추려 묶었다.
구씨는 “예전부터 써놨던 시들을 묶어 책으로 내게 됐는데 너무 늦게 출간을 했다. 시인으로서 너무 게을렀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짧은 동시조차 보지 않아 책을 내는데 용기가 필요했다”며 “아주 어린 어린아이부터 중장년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주로 ‘내가 신이라면?’이라는 가정으로부터 그의 동시는 시작된다. 신이라는 가정 하에 쓰인 시들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들을 낳는다. 재채기, 눈물, 콧물, 몸살도 ‘살아 숨 쉬는/신이 주신 선물(시 ’감기‘)’이 되기도 한다.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며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구씨는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겪은 자신의 경험들을 시 속에 녹여내기도 했다.
제목은 동명의 시에서 따왔다. 구씨는 “사소한 일에도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목을 지었다”며 “과연 무엇이 최선일지 내 마음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괜찮은지 자기 자신에게도 물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과서 속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일러스트레이터 김승연씨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삽화가 더해져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김씨는 최근까지 600여권의 동화와 동시집 삽화를 그렸다.
구씨는 최근 산문집 ‘세계미인’을 발간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연재한 동시가 있는 칼럼을 윤색해 엮은 것. ‘꼭 물어볼 거야’에 등장하는 동시들도 상당수 수록돼 함께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저자는 청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청주 기적의도서관 추진위원, 청주대, 주성대(현 충북보건과학대) 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독서와 심리 상담을 접목한 치유상담사 겸 코칭 및 자기개발 분야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주 사창동에서 작업실 겸 사랑방, 상담실인 ‘만남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시선사. 96쪽. 1만원.

 

▶아무래도 수상해
엄마가 나를 낳을 때처럼
땅도 새싹을 낳을 때
굉장히 아프대요

그래서 봄이 되면
아픈 거 잊으라고
봄바람은 아빠 손처럼
땅의 배를 살살 문질러 주고

빗방울은 톡톡
땅을 적셔 부드럽게 해 주고
새들은 땅이 듣고 힘내라고
노래를 불러 주는 거래요
(‘아기 낳는 땅’ 전문)

동시집 ‘숫자벌레’, 동화 ‘상상력 학교’ 등을 통해 이미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함기석 시인이 동시집 ‘아무래도 수상해’로 다시 어린이들 곁에 돌아왔다. 도서관, 복지관, 아동센터 등에서 5년째 어린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소통하고 있는 함 시인이 천진하고 긍정적인 이들의 눈과 마음을 가득 담아 발간한 책이다.
어린아이를 닮고자 하는 함 시인은 그의 시를 통해 어린아이가 되어 그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려낸다. 함 시인 가슴 속에 있는 어린아이는 바닷 속에 ‘수평선 쪽에 탄 아이가 올라가면/밀물이 오고//육지 쪽에 탄 아이가 올라가면/썰물이 가는(’시소 놀이‘)’ 시소가 있다고 한다. ‘죽은 줄 알았던 나뭇가지에서’ ‘뾰족뾰족/입술을 내’민 초록 물고기(‘봄’)를 발견하기도 한다. 밀물과 썰물이 시소 놀이가 되고 초봄에 돋아난 새순이 초록 물고기가 되는 신비하고 놀라운 세상이 그의 동시 속에 펼쳐진다.
함 시인은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려 한다”며 “아이들은 작지만 광대만 물방울 우주”라고 말했다.
또한 “냄새나는 하수구 깊은 곳까지 찾아드는 햇빛과 달빛, 빗방울과 눈송이는 모두 아름다운 시인들”이라며 “둥지 잃은 새와 개미와 돌멩이, 그늘 속의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어린아이의 착한 시선으로 시인은 삶을, 인생을 노래한다. 할머니를 도와 폐지를 가득 실은 유모차를 밀며 고개를 오르는 착한 명수에게 지붕 위에 핀 나팔꽃, 털복숭이 강아지 아침, 싱싱한 새벽 바다가 따스한 손을 내미는 시 ‘할머니의 유모차’에는 시인의 선한 마음이 녹아있다.
함기석 시인은 1966년 청주 출생으로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오렌지 기하학’ 등을 펴냈다. 박인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애지문학상,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119쪽. 문학동네. 1만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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