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어머니는 오늘도 한 다라이 가득

김치를 담그신다

말이 필요 없는 배추 소금 고춧가루 등속

하물며 한 다라이를 위해 버려진 물은 어쩌겠는가

신통치 않은 말만 주머니며 가방,

만년필에 채운 나는

사무친다

밤잠 깰까봐 베란다 창문을 닫고

물은 소금과 배추 등속을 참아내며

수챗구멍으로 뒷걸음질쳐 갔을,

어디 그뿐인가

산에서 주워 온 도토리를 빻아 물을 받아내고

묵을 쑤어내고는 봉숭아씨처럼

달아나려는 뼈마디를 추스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구들의 입맛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밑반찬이 그렇고

꼬들꼬들 말라가는 묵나물이

한 대접 담겨벼 밥상에 올라왔을 때

감히 혀 몇 개의 맛으로 말할 수 없는

헛헛함이 신물로 올라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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