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논설위원/ 중원대 교수)

▲ 김택(논설위원/ 중원대 교수)

불란서 법학자 피에르 에로는 최초로 치외법권 원리를 주장했고 구체적으로 19세기에 와서 이 원칙이 제도화되었다.  치외법권은 외국인 자신이 체류국가의 법률과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권리라고 볼 수 있다.  외교사절의 치외법권은 1708년 대영제국  앤 여왕 시절 러시아 대사가 부채로 인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사의 외교특권 보호법률’이 제정되었다. 미국도 1790 년 ‘외교관계 빈 협약’을 제정하였다. 치외법권은 행정권이나 재판권, 조세권 등이 면제되는데 경찰권이나 통신 여행의 자유도 포함된다. 이렇게 외교관들의 직무수행을 위해 광범하게 인정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조계사로 도피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체포문제로  치외법권이 논란이고 그 원칙이 변질되어 국민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현재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 ‘4·24총파업대회’와 ‘2015 세계노동절대회’에서 집회를 주도하면서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 방해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한다. 또한 한 위원장은 기소된 재판에서 4차례나 불출석하였고,  검찰은 지난 11월 11일에 법원을 통해 정식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황이다고 한다. 이를 집행하기 위해 경찰은 공권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고 조계종단은 강제집행에 대하여 반대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조계종 화쟁위 측은 한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서 "한 위원장의 거취문제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한 위원장을 강제로 끌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조계사의 본종인 조계종은 1980년 전두환 정권시절 '불교 정화'라는 이름으로 전국 사찰이 유린되는 불행한 격변을  겪었다. 이러한 과거로 인하여 조계종은 공권력 진입에 대해서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부와 조계종단과의 갈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과 불자 등은 종교시설인 조계사가  치외법권의 지역으로 인식되는 불편한 상황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이다. 우리나라 헌법이나  그 어떤 법률에도 치외법권은 없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노조위원장이라서 국회의원이라서 성직자라서 지위를 우대해서도 안 되고 노동자라서 빈민가라서 약자라서 차별해서도 안 된다. 불교나 기독교 천주교  민족종교 등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있다. 과거 개발독재시절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천주교 명동성당은 정치적 종교적 치외법권의 보루로서 영광을 안고 있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국가를 위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정권과 배치되는 강론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그 용기 있는 말씀 하나하나에 권력층의 불만을 갖게 했다.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은 외신들의 취재대상이었고 국민들도 추앙과 함께 존경을 받았었다. 그것은 독재정치에 저항하는 양심의 표상이었고 행동이었다. 많은 민주인사들이 성당에서 몸부림쳤을 때  그것을 용인했고 함께하셨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천주교 신자로서 정치적 양심에 따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그가 종교적 양심을 가진 것도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의 영향이 무척 크다고 한다. 정치적 양심수들이 핍박받던 시절 교회나 성당 그리고 절은 양심수들의 심적 안정처였다. 고되고 힘든 영혼의 쉼터였다. 신부님, 목사님, 스님들도 그들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다.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우리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각축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도 시위문화가 독재시대에 했던 데모하던 그 모습이나, 요구와 별반 다르지 않고 있다. 법과 질서를 준중하지 않는 시위는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운동권적 사고와 행동은 시대정신과 배치된다.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에 과거의 습성과 타성, 문화로 세상에 호소하려고 한다면 누가 지지하겠는가? 또한 종교집단이나 종교인사가 특권으로 비치거나 국민의 여론과 배치될 때 종교의  설자리는 무너지고 만다. 종교는 포용해야 하지만 교만해서도 안 된다. 종교시설이라서 특별대우 받아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역차별 받아서도 안 된다. 시위문화에 대하여 국민들의 인식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비추는 행태에 강한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야당, 노조, 단체의 시위문화는 바꿔야 하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종교집단이 치외법권이 되어서도 안 되고 정부도 법집행을 통한 법치주의가 선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한상균 사태는 정부와 경찰의 책임이 매우 크다. 과거에도 철도파업 노조자들이 종교시설에 들어갔는데 경찰은 방치했다. 치외법권을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이제라도 조계종단을 비롯한 종교집단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불자나 신도들의 마음을 읽어야 외면 받지 않을 것이다. 종교의 본질과 궁극적 도의 이치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조계종단과 정부, 경찰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고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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