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호’ 조선 최후 명포수 천만덕 역 최 민 식

 

“처음에는 뭐 하는 짓인지 어처구니가 없었죠.”
보이지 않는 호랑이와 호흡을 맞춰야 했던 배우 최민식이 연기 소감을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10일 종로구 부암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영화 ‘대호’에서 조선시대 최후의 명포수 천만덕 역을 맡았다. ‘대호’는 조선 시대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 이 대호를 잡으려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리산 ‘산군(山君)님’으로 불리는 대호는 100% CG(컴퓨터그래픽)로 구현돼 그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호랑이를 상대로 연기해야 했다.
최민식은 “답답하고 막막했지만 나중에 재미있었다. 상상 속으로 즐겼죠”라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없는 존재와 연기해야 하는 어색함을 털어버리기 위해 ‘머릿속에서 애니메이션을 돌렸다’고 했다.
상상 속의 호랑이에게 ‘김대호’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서 김대호가 ‘슛’ 들어가면 같이 연기하다가 ‘컷’ 하면 구석에 가서 물 먹는 것을 상상했다는 것이다.
최민식은 “실제 호랑이를 동물원에서 잡아오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어떤 식으로든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였다”며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뭐가 있어야지”라며 손사래를 쳤다. CG로 스크린에 표현된 ‘대호’에 대해서는 호평했다.
그는 “출연하는 입장에서 CG가 어떻게 나올지 왜 안 불안했겠냐”면서도 “CG가 적어도 극의 흐름에 방해가 안 되는 퀄리티를 넘어 시너지를 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영화가 잘 되면 다 기술팀 덕택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상상했던 호랑이가 CG보다 더 잘 생겼다”고 너스레를 부렸다.
최민식은 천만덕은 “산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잡을 만큼만 잡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민족이 지녀온 고유한 가치관이다. 미물이라고 해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하지 않나.”
그는 이런 천만덕의 가치관이 착취와 억압의 시대로 대변되는 일제 강점기와 자연스럽게 대조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천만덕은 일제 침략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는 않는다. ‘왜놈들 세상이 왔구나’라고 순응하는 민초인데, 가치관이 일본 군관인 마에조노와 묘하게 대립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만덕이 일제에 저항하는 인물로 그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산에서 연명하는 사람이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가졌겠느냐”가 그 이유다.
그는 영화의 흥행에 초연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흥행의 성공은 만드는 사람들의 손을 떠난 일이라는 것.
그는 “저도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진흥위원회 사이트 들어가서 얼마나 관객이 들었는지 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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