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축구를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
아프리카 남수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임흥세(60·사진) 감독이 15일 동양일보를 방문,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내전 중인 남수단에서 축구 선교사로도 활발히 활동중인 임 감독은 지난 6일 휴가차 모국을 찾았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10년째 축구를 지도하며 양국을 오가고 있다.
임 김독은 2011년 수단에서는 독립했지만 내전에 휩싸여 고통받는 남수단에서 ‘스포츠를 통한 희망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꿈과 목표를 심어주고 있다.
임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희망을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다”며 “축구공 하나, 눈깔사탕 하나에 울고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곳이 나의 집이구나, 이 곳을 떠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며 말을 이었다.
“올해만 해도 말라리아에 3번이나 감염됐어요. 또 한 번은 내가 살고 있는 집 담벼락에 총알이 날라오기도 했죠. 이 곳은 정말 위험하고 열악한 곳이에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곳이지요.”
그럼에도 임 감독의 열정에 찬 지도와 봉사는 계속됐다.
그는 남수단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시키기 위해 지난해 초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IOC에 가입하기 위해선 5개 이상의 종목이 국제연맹에 등록돼야 하는데 당시 남수단은 국제연맹에 축구와 태권도만이 가입된 상태였다. 이에 이에리사 의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도움으로 남수단은 탁구와 농구, 배구, 복싱 등에 가입, 지난해 IOC 회원국이 됐다. 이런 공로로 그는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남수단은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처음으로 국기를 달고 출전한다.
임 감독은 “대한민국이 스포츠 외교로 아프리카 국가와 협력한다면 아프리카엔 더 좋은 환경을, 대한민국은 국가 위상 제고는 물론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일본과 중국은 아프리카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은퇴선수들을 스포츠 외교관으로 활용한다면 아프리카에 한국 혼을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남수단에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5년간 축구지도 겸 선교활동을 펴 넬슨 만델라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다.
만델라 대통령은 감사편지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지난 7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춘천국제태권도대회에 남수단 단장으로 참가해 경기를 치르기도 했으며, 지난 9월 임 감독이 이끄는 남수단 축구대표팀은 적도 기니를 1대0으로 꺾어 독립 후 첫 승리를 기록, 남수단을 환호의 물결로 넘치도록 했다.
그는 “남수단은 에이즈와 내전으로 많은 부모들이 사망했다. 이런 아이들에게 꿈을 전할 수 있는 게 스포츠”라며 “앞으로도 스포츠 외교를 통해 아이들과 남수단 국민 모두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겐 당장 빵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론 꿈과 희망을 주는 축구공 하나가 더 소중하다”며 축구공 보내기에 고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임 감독은 현재 케냐에 조이국제스포츠아카데미 학교를 설립했으며,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임 감독은 한영고와 인천대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한 뒤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남대문중, 성수중, 광운공고 감독을 거쳐 1992년엔 아시아청소년학생축구대회 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김주성·홍명보·하석주 전 국가대표선수가 그의 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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