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쟁점법안 처리 '고육책'으로 야당 요구 수용 내비쳐

(동양일보) 새누리당이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 여야 지도부 협상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조건으로 현재 만 19세인 선거연령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내년 4,13 총선에 만 18세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정의화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지도부 선거구획정 협상에서 여당이 선거연령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인정했다.

원 원내대표는 다만 이 같은 선거연령 인하는 "쟁점법안 처리와 연계할 때의 조건이었으며, 적용시점을 정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연령 인하 요구에 대해 만 18세 가운데 상당수가 고교생이라는 점을 내세워 교육현장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검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의미있는 태도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이 되었고,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채택하는 선거연령 18세를 이번 선거부터 적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선거연령이 18세 이하인 곳은 32개국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한국과 폴란드가 각각 19세와 21세로 다른 회원국보다 선거연령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20대 총선이 치러지는 2016년 기준 만 18세 인구는 63만184명으로 추계됐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투표율(54.2%)을 적용한다면 34만1560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2017년을 기준으로 하면 18세 인구는 61만1709명에 달한다. 지난 대선 투표율(75.8%) 대로라면 46만3675명이 추가로 투표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국회는 앞서 지난 2005년에도 선거연령을 한 차례 낮췄다. 민법상 성인연령이 만 20세에서 19세로 하향조정됨에 따라 선거연령도 인하한 것이다. 당시에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아예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길 원했으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반대로 19세에 합의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새누리당이 선거연령 인하에 난색 하는 이유는 젊은 층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정당지지도(12월 둘째 주 기준)를 보면 새누리당의 전체 지지율은 42%로 새정치연합(22%)을 크게 앞서지만, 19∼29세나 30대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각각 25%, 17%로 새정치연합 지지율(19~29세 31%, 30대 42%)보다 낮게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선거연령 18세 인하 검토 카드를 내놓은 것은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또 최근들어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젊은층에서 보수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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