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진

5일 장터

열무가 식탁에 올라왔다

입 속에 놓는 순간

어머니 따뜻한 가슴이

누렇게 익어 가고

아버지 볏짐 지게에 메고

논두렁 밭두렁 넘어 갈 때

고단한 땀이 아삭아삭 부서진다

한 상에 녹아 내리는

푸근함으로 썩썩 비벼 내니

열무가 살 속 깊은 곳에서

고향의 달 냄새로 끓어오른다

뭉크러진 아픈 눈물도

어머니 손맛이 닿는 순간

새로움으로 피어나고

그리움이 아물아물 오르면

5일 장터가 버무려지면서

열무김치 소리로 폴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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