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충북방문단’이 지난 11월 26일(현지시간) 노노지역 실크암바중등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실크암바 중등학교는 충북도민들이 2007년 성금 10만달러를 지원해 교실 8칸을 지어준 것을 계기로 현재 12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지역인재양성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동양일보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충북방문단>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지부가 공동으로 ‘사랑의 점심나누기’ 순회모금 캠페인을 통해 충북도 곳곳에 나눔의 문화를 퍼트리고 절망의 땅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희망을 전한 지 올해로 20주년이 됐다. 
시작은 ‘한 끼의 점심’이었다.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 어린이는 물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후손을 돕기 위해 점심 한 끼를 양보하자는 생각, 동양일보가 1996년 나눔의 축제를 시작한 것은 점심 한 끼에서 비롯됐다.
사랑의 점심나누기를 통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돕기 외에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결식아동과 저소득층 아동, 장학금 지원사업도 펼쳐왔다. 또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과 발병·재해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도 지원한다.
내년에도 사랑의 점심나누기는 계속된다. 모아진 정성은 꿈과 희망과 사랑으로 새로운 싹을 틔울 것이다.

 

●  충북도민의 사랑, 에티오피아에 기적을 만들다

60여 년 전 에티오피아는 아무 인연도 없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자국 군인들을 파병했다. 6037명의 에티오피아 군인들은 250여회의 치열한 전투에 참가,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 전쟁에서는 단 한 명의 포로도 잡히지 않았던 용맹한 전사였고, 전쟁이 끝난 뒤엔 전후 복구활동을 지원하는 사랑의 전도사였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은 그 후 잊히고 고국으로 돌아간 이들은 공산주의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하며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경제적 지원은 물론 사회적 예우마저 박탈당하는 고난을 겪었다. 이들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빈곤하고 낙후된 지역이라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변두리로 쫓겨나 모여 살았다. 
이곳의 이름은 ‘코리아 빌리지’다. 한국을 잊지 않은 것이다.
동양일보는 20년 전 월드비전 관계자로부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어려움을 듣고 직접 에티오피아로 찾아가 그들의 처절한 삶을 마주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사랑의 점심나누기 순회모금’을 시작했다.
IMF에 이어진 불황은 성금모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충북도민들이 가진 나눔의 의지는 달랐고, 지난 20년에 걸친 대장정은 깊은 감동의 커다란 느낌표로 기록됐다.
순회모금 첫 해 1억2000만원이라는 엄청난 성금이 모아져 당장의 굶주림과 질병을 일부 해소할 수 있었으나, 그보다는 이들에게 ‘미래’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자립을 돕는 교육시설과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설 지원에 나섰다.
우선 1억2000만원을 들여 에티오피아 ‘코리아 빌리지’인 아디스아바바 노노지역에 교실·도서관·연구실 등을 갖춘 실크암바중등학교 건립을 지원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자활 기반 지원을 위한 임대사업장 건립도 도왔다. 운영수익은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에게 골고루 나눠져 그들이 생활하는 경제적 기반이 되고 있다.
55만달러를 들여 웨딩홀과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는 ‘에티오피아 한국참전용사회 소득증대사업장’의 건축도 도왔고 상수도시설 건설지원, 알브렛휘렛 초등학교·엔토토암바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 건설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쳤다.
특히 용접, 목공, 파이프, 건축, 전기 등 각종 기술을 교육해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굴렐레지역에 쉬로메다 직업기술학교 건립을 지원했다.
2009년부터 5년간 110만1447달러가 투입된 이 학교는 2013년 2층 건물을 완공, 훈련원 운영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해 2월 5층 건물을 모두 완공해 준공식도 가졌다. 이 학교는 다양한 직업·기술교육으로 에티오피아의 미래를 여는 ‘직업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올해는 자동차정비과 신설 등에 따라 전문기술학교로 정식인증을 받게 된다.
쉬로메다 직업기술학교 훈련원의 2층 전관은 ‘충북홀’이라 명명됐다. 충북도민들의 성금으로 지어진 건물임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곳에는 충북지역과 관련한 각종 전시자료 등이 전시돼 에티오피아 국민과 충북도민 간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기적’을 만든 것은 나눔의 뜻으로 뭉친 충북도민의 힘이었다. 충북도와 도내 각 시·군, 충북도 교육청 등 각종 기관·단체도 힘을 보탰다.


●  에티오피아 역대 대통령, 충북도민의 지속적인 지원에 감사
에티오피아 역대 대통령들은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중심이 돼 20년 동안 충북도민의 지속적인 사랑을 전하자 에티오피아 충북방문단을 대통령 궁으로 초청하는 등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물라투 테쇼메(59)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각) ‘2015 에티오피아 충북 방문단(단장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을 대통령 궁으로 초청해 “동양일보가 중심이 돼 월드비전과 함께 에티오피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20년째 구호활동을 펼쳐 온 것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정말 감사하다”며 충북도민들의 한결같은 사랑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에티오피아 충북방문단은 이날 동양일보와 월드비전이 1996년부터 20년째 구호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에티오피아를 찾아 테쇼메 대통령을 예방하고 후원사업 증대 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테쇼메 대통령은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외교적·정치적 예우는 비슷하지만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국민이 보여준 애정은 특별했다”며 “한국 기업이 보다 많이 에티오피아에 진출해 경제협력을 통해 양국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철호 단장은 “에티오피아 충북방문단을 대통령궁으로 초청, 귀한 시간을 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에티오피아 돕기 성금은 유치원 꼬마에서부터 기업인 등에 이르기까지 충북도민의 정성이 담긴 것으로, 에티오피아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특히 “동양일보와 월드비전이 지원해 온 20년 중 최근 6년간 집중 육성한 쉬로메다 직업기술학교를 정규 전문대학으로 승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테쇼메 대통령은 “20년 전엔 종합대학교가 1곳에 불과했던 에티오피아에 지금은 37개 대학으로 늘었고 앞으로는 250개로 확대해 한국처럼 교육강국을 실현할 계획”이라며 “정부가 최대한 지원해 (직업기술학교를) 훌륭한 학교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함께 자리한 숀 캐리건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회장은 “충북은 에티오피아에게 결연후원사업뿐 만 아니라 직업기술학교 지원 등에 있어 가장 큰 후원자이자 아주 특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테쇼메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환담은 1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에티오피아 방문단은 대통령궁 방문에 앞서 수도 아디스아바바 변두리 지역에 위치한 ‘참전용사 공원’을 찾아 참전기념탑에 헌화하고 영접 나온 6.25 참전용사회 회장단 등 참전용사 30여명과 만나 담소를 가졌다.
2003년 3월 충북방문단이 아디스아바바 굴레레 쉬로메다 직업학교 신축현장을 돌아보기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도 기르마 월데기오르기스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을 비롯한 방문단 일행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에티오피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장관들이 모두 참석해 방문단을 맞이했다.
기르마 월데기오르기스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또 2003년 6월 에티오피아 지역개발사업을 꾸준히 지원해 준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과 충북도민을 대표해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감사장을 전해오기도 했다. 
기르마 월데기오르기스 대통령은 감사장에서 “1996년부터 한국 월드비전을 통해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풍성한 삶을 위한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하는 꾸준한 후원 활동을 벌이고 132만 달러를 기부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며 “에티오피아 빈곤 퇴치와 개발을 위해 헌신한 지원에 감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에티오피아를 돕는 건 ‘결초보은’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던졌다. 충북에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돕는 순회모금 자체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등이 한국전쟁 당시 전장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에티오피아를 돕는 것만이 결초보은하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았다.
동양일보가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행사를 통해 지원해 온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2013년 3월 18일 한국전쟁 당시 전투현장을 찾았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가입국으로 경제사정이 대한민국보다 훨씬 좋은 나라였으며, 참전군인들은 셀라시에 황제의 근위대인 정규사관학교 1기생으로 그 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었다.
1951년 배를 타고 두 달이나 걸려 한국에 도착한 참전군인들은 강원도 철원, 금화, 가평의 전선에서 6037명이 모두 250여회의 전투에 참가했으며, 참전용사 중 122명이 전사, 536명이 부상당했지만 단 한명의 포로도 남기지 않은 용맹한 부대였다.
생존해 있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가운데 일부가 60여년 만에 자신들이 싸웠던 전투 현장을 찾아 옛 기억을 떠올렸다.
18살 때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의 근위대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게르마우 알타예(84)씨는 수도 아디스아바바 시내의 빗물이 새는 허름한 집에서 아내, 자녀 4명과 여생을 보내고 있다.
에티오피아 대대는 6·25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계웅산(해발 604m)에서 전투를 벌였다. 
미군은 계웅산 오른쪽에 있는 저격능선에 투입돼 오성산(해발 1050m)에서 물밀듯이 내려오는 중공군과 작전을 벌였다.
 ‘오성산 초소‘는 지난 2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1위원장이 시찰한 곳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당시 오성산과 마주 보고 있는 육군 3사단 최전선을 찾았을 정도로 오늘날까지 전략적 중요성이 변하지 않았다.
동행한 참전 노병 짜게 체르나트(80)씨는 한국의 발전상이 놀랍기만 했다.
한국전의 포성이 멈추고 나서 평화유지를 위해 도착했지만, 중공군과 북한군이 다시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첩보에 3개월 동안 참호를 파고 정찰 및 경계근무를 했다.
짜게씨는 “잿더미였던 한국이 매우 아름답게 변했다”면서 “이렇게 나라가 변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다른 나라로 바뀐 것 자체가 내게는 감동”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전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와 학교에 가지 못했던 학생을 돌봐줬던 참전 용사 데무세 템테미(78)씨는 지금은 단칸방에서 지병과 싸우는 형편이지만 한국이 위기에 놓이면 다시 참전하겠다는 의지는 굳건했다.
데무세 할아버지는 “60년 만에 이 자리에 다시 왔는데 한국의 발전상에 그저 놀랐다”면서 “한국이 다시 어려움에 처한다면 늙어서 내 힘으로 안 되면 우리의 손자가 대를 이어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희생이 눈부신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이 남다른 에티오피아 참전 노병들에게 이번 방문은 잿더미에서 일어선 한국의 현재 모습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악화하는 건강과 가정 형편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 여행이었다.
1996년 2000여명에 달했던 한국전 참전 노병들은 최근 대부분 고령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40여 명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나누기’ 성금모금에서 일대일 결연까지

 ‘사랑의 점심 나누기’ 성금 지원사업 현장점검차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충북방문단은 현지 방문 기간 동안 아동과 자매결연 협약식을 갖고 1대1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충북방문단 단원들은 수차례 에티오피아 방문 기간 동안 아디스아바바 굴렐레 월드비전사업장을 방문, 현지 아동들과 1대1 후원 자매결연했다.
굴렐레 주민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농촌 주민들로 주로 산에서 벌목을 하거나 일용노동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며, 아동들은 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행상을 하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굴렐레 지역은 성인인구의 7%가 에이즈에 감염돼 있고 유아사망률은 1000명당 109명에 이르는 등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다. 월드비전은 아디스아바바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인 굴렐레구에 1997년부터 소득증대사업, 보건·교육·결연사업을 통해 집중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열악한 사정을 직접 경험한 충북방문단원들은 현지에서 해브타무 세나훼케시(여·9)양, 에메이욥(8)군 등 방문 때마다 아동을 만나 후원 협약을 맺고, 매달 월드비전을 통해 3만원씩을 후원하고 있다.
충북방문단원들의 정기후원금은 결연 아동이 살고 있는 마을과 지역사회의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학교를 건축하고 급수시설 설치 등 보건 환경 전반에 걸쳐 쓰인다.
게타초 아바테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본부 굴렐레 사업장 책임자는 “대한민국 충북도민의 사랑이 빈곤의 땅 굴렐레의 구석구석까지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삶의 희망을 주고 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현재 굴렐레 사업장에도 후원자를 기다리는 수많은 아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티오피아 아동 결연 관련 문의는 월드비전 충북지부(☏043-293-919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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