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2>김일평 국토교통부 도로국장이 11월 18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히며 노선도를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경부-중부 고속도로의 혼잡구간이 6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서울-세종간 통행시간도 평일 108분, 주말 129분에서 7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로는 이르면 2016년말 착공해 2022년 개통할 계획이다. 그림 가운데 빨간색 선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도. 왼쪽은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은 중부고속도로이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중부고속도로 확장 당위성과 전망

고속도로 주변 산단·물류집중… 과포화 교통량 해소 시급

충북도, 정부에 ‘초법~진천’ 구간 6차선으로 확장 요청

 

서울~충청 잇는 사회간접자본 예산 문제로 성사는 불투명

도 관계자 “사업 타당성 재조사 준비에 만전 기할 것”

국가 교통 인프라의 동맥인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등이 포화상태로 그동안 제구실을 하지 못해 ‘정체도로’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와 수도권을 바로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 국가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중앙부처 이전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서울~세종고속도로(총연장 129km)을 건설키로 한 것은 타당한 결정으로 보인다. 10년 넘게 검토단계에서 제자리걸음만 반복해 왔던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대한 실현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동양일보는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보고 중부고속도로의 확장 필요·가능성을 점검해 봤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내년 말 착공

서울과 세종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민자 사업으로 추진된다.

건설비용 6조7000억원 가운데 정부가 용지비 1조4000억원을 부담하고 건설비 5조3000억원은 100% 민자로 조달한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경부선과 중부선의 중간 지점을 따라 세로로 위치하며 서울~안성 1단계 구간(71km)은 2022년, 안성~세종 2단계 구간(58km)은 2025년 개통될 예정이다.

1단계는 최대한 빨리 착공하고자 한국도로공사가 공사를 먼저 하다가 완공 전에 민간 사업자에게 넘긴다. 2009년 기본계획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내년 초 곧바로 기본설계에 들어가면 연말에 착공해 2022년 개통된다.

2단계는 기존의 민자도로건설과 마찬가지로 제안서를 받아 사업자를 선정하고 2020년에 착공해 2025년 개통할 예정이다.

 

●순기능·역기능

서울~세종고속도로가 건설되면 통행시간은 평일 108분·주말 129분에서 74분으로 크게 단축돼 수도권과 세종·충청권의 연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도로는 경부와 중부고속도로 중간 지점을 경유해 세종시 서측의 대전~당진고속도로에 연결된다.

이에 따라 국가적으로는 경부·중부고속도로의 혼잡을 완화해 국가 교통물류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수도권과 세종·대전의 연계를 강화해 국토 균형발전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고속도로 25km구간이 포함된 천안은 산업단지 분양과 물류산업이 활발해 지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외부관광객도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종시는 그동안 열악한 교통망 때문에 이전을 꺼렸던 수도권 기업들의 세종시 이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고속도로 건설로 수도권과 이동시간이 짧아지면 이주 지연 등에 따른 세종시 인구 정체나 외부 의존도 심화, 자금역외 유출 등의 역기능도 우려된다.

또 이미 인근 대전시와 오송읍, 공주시, 청주시 등의 거주민들이 세종시로의 유입이 눈에 띄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세종 고속도로까지 만들어지면 이른바 세종시 ‘빨대 효과’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2030년까지 인구 100만명 달성을 목표로 준광역시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청주시는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칫 서울~세종고속도로에 가려 충북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 차질도 우려된다.

충북을 경유하지 않는 서울~세종고속도로가 먼저 건설되면 비슷한 구간을 지나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예산 중복 등을 이유로 뒷전으로 밀릴 수 있어 ‘상습 정체’ 해소가 물 건너가게 된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14년째 표류

중부고속도로 확장사업은 2002년부터 추진됐지만 13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하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숙원사업으로 남아 있다.

주요구간이 왕복 4차선에 불과한데다 해마다 화물차·승용차 통행량이 급증하고 있어 운전자들 사이에선 ‘주차장’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상습 정체가 심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확장사업을 추진했지만 10년 넘게 검토단계에서 제자리걸음만 반복해왔다.

정부가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해당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따라 상습 정체구간 해소와 정치적 논란을 씻기 위해선 일부 구간이라도 내년 착공을 목표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국토부가 2002년 진천~호법 구간 기본설계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검토됐다.

이어 2003년 10월 진천~호법 구간을 왕복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하는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으며, 국토부의 ‘장기 수도권 고속도로망 계획’과 ‘1차 도로정비 기본계획 수정계획’에 포함되면서 추진이 가시화 됐다.

2008년 실시설계 보완과 진천~호법 구간 타당성 재조사, 남이~진천 구간 확장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면서 착공을 눈앞에 뒀다.

대규모 사업의 추진 여부를 가늠하는 비용대비 편익(B/C)도 진천~호법 구간은 1.03, 남이~진천 구간은 1.63으로 경제적 타당성을 충분히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정부가 서울~세종간(제2경부)고속도로를 추진하면서 두 사업의 병행 추진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됐고,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무기한 보류됐다.

이후 7년 가까이 중단 상태에 놓이면서 사실상 정부가 확장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2014년 실시된 6.4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공약에 포함시켜 재추진에 불을 붙였고 1년 넘게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 왔다.

결국 국토부가 지난 11월 19일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건설과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정부는 혼잡구간 타당성 재조사를 거쳐 중부고속도로 확장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쳐진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중부고속도 확장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정부 원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중부고속도로 확장사업비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100억원이 반영됐었다.

그러나 결국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전액 삭감됐다. 내년도 혼잡구간 타당성 재조사와 함께 일부 구간 착공을 기대했던 충북도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가능성은

충북도가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은 주변에 충북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와 유통·물류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충북권에 6737개 업체, 경기권에 2474개 업체가 중부고속도로와 접해 있다. 교통량도 대소IC~남이JCT 구간의 경우 하루 6만대가 넘는다.

충북도는 이를 4만2000대 수준으로 낮춰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면 호법~진천 구간을 왕복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 말 서울~세종고속도로 착공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당분간은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는 당초 설계 등을 감안할 때 서울~세종고속도로 착공까지 6~7년, 완공까지 최소 15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분석결과를 토대로 이미 실시설계가 마무리된 중부고속도로 진천~호법 구간 확장에 우선 나서 서울~충청권 교통 정체를 해소하자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 역시 중부고속도로 확장사업과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혀왔지만 한정된 예산에 서울~충청을 잇는 중복 사회간접자본을 동시에 투자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충북도가 예상한 시기보다 착공·완공 시기가 5년 이상 앞당겨지고, 그럴 경우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의 경제성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중부고속도로의 혼잡구간도 60%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부고속도로 확장이 필요한 구간이 일부에 그쳐 충북도가 요구했던 진천~호법 구간 확장은 물 건너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충북도는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의 타당성 재조사 실현에 온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이 보류된 2008년 이후 오송2생명과학단지와 진천 기업도시가 건설 중이고 청주공항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추진되면서 교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실시설계가 끝난 진천~호법 구간 확장이 서울~세종 고속도로보다 선행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이 구간 확장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타당성 재조사 준비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2015 도로현황조사’와 ‘교통량 정보제공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부고속도로 남이~대소구간 하루 평균 교통량은 6만60대에 달한다.

2007년 4만8108대에 비해 24.8% 늘었다. 이는 정부가 정한 ‘고속도로 확장계획 기준’을 이미 초과한 수치다.

국토부의 ‘2015 도로업무편람’ 도로 확장계획 기준에도 왕복 4차로 고속도로의 경우 하루 평균 교통량이 5만1300대를 넘으면 확장대상이다.

 

●화물·승용차 체증 동시해소…‘상생’기대

정부가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실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앞서 2008년 중부고속도로 확장과 서울~세종고속도로 사업이 동시 추진되면서 중복투자 논란 등으로 두 사업 모두 보류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교통량·이용차량 현황 등으로 볼 때 두 사업이 동시 추진되면 ‘상생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산업·물류단지 등을 통과하는 중부고속도로는 ‘화물차량’, 세종시 등 주요도시로 향하는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승용차 정체 현상 해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량 정보제공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중부고속도로 주요구간 중형화물차 교통량 증가율은 35.23%에 달한다.

2007년 하루 평균 3473대던 중형화물차 교통량이 지난해 5362대로 늘었다. 대형화물 역시 937대에서 1226대로 무려 23.58% 증가했다.

이처럼 왕복 4차선에 불과한 중부고속도로에 중·대형 화물차량이 몰리면서 상습 정체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충북도만 예를 들어도 충북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청주테크노폴리스, 오창2산업단지, 진천 신척·산수산업단지, 음성 태생·용산산업단지 등으로 인해 화물차량 교통량은 앞으로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되면 2008년 비용대비편익(B/C) 1.63보다 더 높은 경제적 타당성이 확인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충북지역 민·관·정은 2017년도 정부 예산에 충북 숙원인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충북 민·관·정 협의체는 우선 내년 4.13 총선에서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이 여·야 중앙당 차원의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또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대한 도민 염원을 담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충북도와 시·군, 충북발전연구원은 정부의 타당성 검증에 적극 대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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