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성노을 역의 최성원

 

응팔 덕에 많은 사랑 감사 알아봐주니 정말 신기해

일도, 사랑도 두배 됐으면 역할 가리지 않고 해보고파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매번 큰 사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청춘남녀의 사랑과 재벌, 출생의 비밀 등이 즐비한 TV 드라마들 사이에서 소소한 가족의 행복과 추억을 따스하게 담기 때문이다.

현재 방영 중인 ‘응답하라 1988’도 러브라인을 이루는 세 남녀 외에도 그들의 형제·자매, 부모 역을 맡은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인다.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풍성한 덕에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극중 보라(류혜영 분)과 덕선(혜리)의 동생 성노을 역으로 ‘노안 매력’을 마음껏 펼치는 배우 최성원(31)은 “방송이 나간 뒤 저를 가장 많이 알아봐 주시고 반가워해 주시는 건 40∼50대 남성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을이가 꿈이 확실하지도, 공부를 잘하지도 않는(실은 못한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어서 그 시절에 고등학생이었던 분들이 노을이에게 감정 이입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며 “신기한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고등학생이지만 40대로 보이는’ 노안 설정의 그는 실제로는 큰 키에 멀끔한 인상.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설정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극중 노을이 머리 그냥 막 자른 것 같지만 나름 2시간 반이나 공들여 ‘커트’한 거에요. 미용실로 ‘응팔’ 헤어팀까지 출동했다니까요. 아 눈썹은 가만히 두면 꼬리 부분이 추∼욱 내려오거든요. (이 대목에서 그는 손가락을 ‘팔’(八)자로 만들었다) 감독님이 오디션 때 ‘눈썹 (다듬지 않은) 네 눈썹이니’ 하시기도 했죠. 그대로는 좀 그래서 다듬은 거에요. 하하”

최성원은 2007년 뮤지컬로 데뷔, 주로 무대에서 활약하던 배우다. 2010년 KBS 2TV 예능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고 공연 사이사이 TV 단막극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남자의 자격’ 때 연출 신원호 PD와 안면을 텄다.

최성원은 “굉장히 긴장하면서 오디션장에 들어갔는데 (신원호) 감독님이 ‘잘 있었니.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았니’ 하며 아는 척을 해주셔서 조금 더 마음 편히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며 “사실 ‘남자의 자격’ 때는 촬영 시작하고 끝날 때 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인연이라는 게 참 중요하구나 싶다”는 감상을 전했다.

어눌한 성격의 노을이와 달리 실제로 만난 배우 최성원은 재치를 겸비한 달변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답변은 막힘이 없었고 가끔은 ‘삼천포’로 빠졌다.

대학 입학 실기시험 때 특기로 ‘피아노 치며 노래 부르기’를 적고는 딱 한 곡만 죽어라 연습해간 뒤 한 곡 더 시킬까 봐 마음을 졸였다는 이야기나, ‘응팔’ 현장에서 했던 ‘망한 애드리브’ 이야기를 할 때는 표정과 손동작까지 재현해가며 이야기 열을 올렸다.

최성원이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붙는’ 상대 배우는 아버지 역의 성동일. ‘응답하라 1988’의 전 작품인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도 함께 연기한 인연이 있다.

최성원은 “촬영 틈틈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그건 그렇게 하면 안됐지’라고 따끔하게 말씀해주실 때도 많다”며 “하지만 마무리는 늘 ‘너 이제 뭐할 거니, 너무 가리지 말고 해라. 광고는 좀 들어왔니. (‘응팔’의)이 인기는 두 달도 안 간다’고 하시면서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이순재 선생님처럼 자기 관리를 잘해서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새해 소망을 묻는 말에 “작년보다 모든 게 딱 두 배만 좋았으면 좋겠다. 일도, 대중의 사랑도, 수입도”라고 답하며 껄껄 웃었다.

“앞으로 계획이요? 요즘 친구들이 저한테 사이코패스 역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듣고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재밌을 것도 같고요. 물론 뭐든 시켜주시면 감사합니다. 정글도 갈 수 있고 아이슬란드도 얼마든지 갈게요. 제가 원래 회나 초밥도 별로고 날 것 안 좋아하는데 지금 마음 같아선 날 것을 삼시세끼 먹어도 되고 브런치로 먹어도 됩니다. 저 좀 불러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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