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병실이라고

병만 있는게 아니다.

병실이라고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몇 년 째 화장도 못하고

남편 병수발을 들던

예쁜 아낙의 머리에

하얀 박꽃이 피고

 

아내 병수발을 위해

승진도 마다하고 휴직한

젊은 사내의 더운 사랑에

고운 쌍무지개가 뜬다

 

살려고 몸부림치는 이와

살리려고 진땀을 빼는 이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사투를 벌이는 병실에는

 

오늘도

하얀 박꽃이 피고

고운 쌍무지개도 뜨고

희망풍선도 두둥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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