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소장품전 ‘유유자적’

▲ 이응노 작, ‘원숭이’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대전이응노미술관은 오는 14일부터 2월 28일까지 2016 이응노미술관 소장품전 ‘유유자적(悠悠自適)’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서정적이고 한국적 정서가 배어 있는 이응노의 ‘화훼·영모·풍경’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로 1958년 도불(渡佛) 이후 1970~1980년대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제작한 작품 가운데 화훼 40점, 영모 58점, 풍경 72점 총 170점을 선보인다.

전시작품은 이응노 화백이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한국적 정서가 배인 작품들로 고국산천에서 속세를 떠나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고 편안하게 유유자적하고 싶은 작가의 심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화훼, 영모, 풍경은 모두 170점으로 미술관 소장품의 13%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화목이다. 소재는 전통적이나 이응노 만의 자유로운 선과 분방한 필치로 완성된 작품들을 통해 전통적인 수묵이 어떻게 현대화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응노는 1922년 묵죽(墨竹)의 대가인 해강 김규진을 사사하며 문인화를 배웠고, 사군자(四君子)에서 습득했던 필치를 영모화 즉, 닭이나 말, 소, 원숭이, 새 등으로 발전시켜 표현했다. 그리고 1935년 일본 동경 유학시절 서양화의 사실적인 표현방식을 접하면서 점차 문인화의 관념성에서 벗어나 사생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전통 필묵을 사용하면서도 서양화의 명암법과 원근법을 적용해 근대적인 사실주의 시각을 드러낸 이응노는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과감한 생략과 핵심만을 강조하여 전달하는 특유의 표현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이응노의 영모화는 빠른 필치의 붓질과 형태를 단순화시키는 방식으로 완성돼 그려지는 대상인 동물의 특징을 잘 포착해내며 작품에 생동감을 준다. 풍경화도 과감한 먹의 발묵과 원경, 근경의 시선을 확대 또는 축소하는 방식으로 이응노 특유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해강 김규진에게 받은 ‘죽사(竹史)’라는 호(號) 대신 ‘고암(顧菴)’이라는 호의 사용(1933·규원 정병조에게 받은 것으로 중국의 4대가 중의 하나인 고개지처럼 학덕과 재능을 겸비한 화가가 되라는 뜻)은 죽사인 과거 묵죽시대의 화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을 예고하는 의지의 반영이라 여겨진다. 이응노는 1958년 도불 이후 동양적인 회화를 서구적 조형감각과 접목시켜 세계적 차원의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소장품전은 사생을 중시하며 한국화를 현대화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고암 이응노의 동양화에 대한 의지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옛 선조들이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새해에 세화를 주고 받았듯이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아름다운 의미 또한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미술관에서는 매수 수요일 오후 8시 전시설명과 함께 커피를 나누는 ‘이응노 톡(Talk)’과 화~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 30분·4시 30분 도슨트 전시해설을 벌인다.

문의=☏042-611-9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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