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순
기억 하나요
내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그날
막내 장가 가던 날
눈이 참 많이 내렸지요
큰딸이 사다준 중절모를 쓰고
씩 웃으며 나 어떠냐는 표정을 지었지요
당신이 떠나던 날도 눈이 펑펑 내렸지요
당신은 눈물을 흘리며 내 손을 꼭 잡았지요
내 걱정 마시고 편히 가라고
얼굴을 당신 가슴에 묻고 울고 있을때
당신 따뜻한 손이 내 등을 두드리는 걸 느꼈지요
석양은 저만치 앞장서 가는데
당신은 어찌 혼자 가시려고요
난 당신을 찾아 왔는데
새 한 마리 슬피 울고 있네요
눈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데
내 마음은
잿빛 하늘만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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