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농협 금융영업의 ‘살아있는 전설’

▲ 이 응 걸 농협중앙회 신임 충북지역본부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먼저 부족한 저를 따뜻하게 반겨 주시는 충북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 농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충북농협의 살아있는 전설 이응걸(55·사진·☏043-229-1601)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장. 그가 농협에 입사한 지 꼭 30년째 되는 올해 초 ‘금의환향’ 했다.

청주출신인 그는 세광고와 충북대 경영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1986년 농협에 입사, 진천군지부와 충북지역본부를 거쳐 충북도교육청지점장, 산남구룡지점장, 증평군지부장, 중앙본부 인력개발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본부장은 사무실보다는 직접 농가를 찾아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기 좋아한다. 농민들의 고충에 눈시울을 붉히고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현장 소통형 리더로 정평이 나 있다.

금융영업을 위해 지난 10년간 즐겼던 골프도 5~6년 전부터 치지 않는다. 가난한 농민들의 힘겨운 삶을 직접 확인하곤 승용차 트렁크에 골프백 대신 작업복과 장화를 싣고 다닌다. 언제라도 어려운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기 위해서다.

“농협의 지배구조를 따져보면 농민조합원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당연히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당초 농민이 십시일반 출자하지 않았더라면 지역의 협동조합과 중앙회 자체도 존재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임기동안 지역본부의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농협의 궁극적 목표인 농민의 소득증대로 다시 돌아오는 농촌,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폐점위기에 몰렸던 청주공단지점을 전국 최상위권 지점으로 끌어올린 그의 눈부신 성과는 지금도 농협 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2006년 1월 농협 충북본부장으로부터 ‘청주공단지점구하기’란 특명을 받고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사실 직급 상 갈 자리는 아니었으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청주공단지점은 당시 충북도내 25개 지점 중 최하위로 분류될 정도로 실적이 매우 저조해 폐점위기에 놓이면서 모두가 기피하는 최악의 지점이었다.

청주공단지점 인근에는 충북지역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20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있었지만 대부분 서울에 본사를 둬 주거래은행을 확보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문제는 다름 아닌 청주공단지점 내부에 있었다. 지점장이 6개월마다 바뀌고 폐점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근무의욕이 상실된 상태였다.

이에 이 본부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끈질긴 승부욕으로 직원들을 아우르며 공단지점 회생을 위해 거침없이 정진했다.

이러한 그의 열정에 직원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끈끈한 동료애로 함께 현장을 누비며 구슬땀을 흘렸다.

눈에 독기를 품고 고객유치에 나선 이들은 2006년 1월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옛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를 타깃으로 주말까지 반납한 채 아파트 대출 고객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더 나아가 기업 대출을 위해 청주공단 입주 업체들의 본사가 있는 수도권 일대까지 밤낮없이 공략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기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벌인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공단지점장으로 부임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로 한때 몸무게가 6~7kg가량 빠지는 등 몸에 이상신호가 오기도 했지만 직원들과 서로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버텼다.

비록 인내는 썼지만 그 열매는 매우 달았다. 2007년 초 기업 금융지원에 적극 나선 결과 2500억 원에 육박하는 여·수신 실적을 일궈내며 농협중앙회 지점 실적평가에서 전국 183개 지점 중 당당히 1위를 차지, ‘챔프 영업점’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지점을 맡은 5년간 상환된 금액을 포함해 대출만 약 1조원을 했고 전국 실적평가에서도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아마 일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으로 기억되지만 같이 했던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폐점을 앞둔 꼴찌지점을 전국 최우수 지점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제 평생 가장 큰 자부심이자 명예입니다.”

농협 안팎에선 농민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또 하나의 신화 탄생을 조용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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