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의 이야기가 화제

(동양일보) 택이의 키스, 미란의 댄스, 쌍문고 소방차, 정봉의 강동원 패러디….

 '응답하라 1988'이 16일 종영하는 것을 두고 인터넷이 아쉬움으로 뒤덮인 가운데 누리꾼들은 앞다퉈 이 드라마가 남긴 명장면을 꼽으며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막판에는 '어남택'과 '어남류'로 나뉘어 덕선의 남편이 누구냐를 놓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지만,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은 청춘의 로맨스만이 아니었다.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표방한 '응답하라 1988'이 남긴 코믹하고 감동적인 명장면들을 정리해봤다.'

 

▲쌍문고 소방차의 공연
 쌍문여고와 쌍문고가 나란히 경주로 간 수학여행에서 쌍문고 3인방인 정환-선우-동룡이 덕선의 협박과 회유로 쌍문여고의 장기자랑 무대에 선 장면은 초반 이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음악에 맞춰 소방차 흉내를 낸 정환-선우-동룡의 공연에 쓰러진 건 쌍문여고생들만이 아니었다.

▲"왜 나한테는 계란 후라이 안줘!"
 없는 집의 착하고 씩씩한 둘째 딸 덕선이 속에 쌓인 것을 폭발시킨 장면.

 언니랑 생일이 사흘 차이인 까닭에 열여덟이 되도록 생일상을 따로 받지 못했고 늘 생일이 빠른 언니의 생일 케이크를 재활용하는 신세였던 덕선이 참다참다 북받치는 감정을 토해낸 모습은 이 땅의 수많은 '둘째'들의 공감을 받았다.  
 평소에는 계란 후라이가 모자라 엄마가 고민하면 "됐어, 난 안 먹어도 돼"라고 쿨하게 나왔지만, 이날 덕선은  "왜 나한테는 계란 후라이 안줘! 나도 콩자반 싫어해!"라며 애써 눌러왔던 진심을 토해냈다.

▲일화-보라 모녀 빗속 오열
 데모하던 큰 딸 보라를 잡으러 형사들이 집앞까지 들이닥친 것을 본 엄마 일화가 비오는 상황에서 우산도 집어던지고 돌부리에 발을 찧어 피가 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울며불며 형사들에게 사정하는 장면은 울컥하게 만들었다.

 딸을 지키기 위해 체면도, 자존심도 벗어던진 채 "우리 딸 그런 애 아닙니더"라며 간절하게 형사들에게 읍소하는 일화의 모습에 '까칠한' 보라도 울 수밖에 없었다.

 ▲정봉의 '늑대의 유혹' 강동원 패러디
 다른 동네 오락실로 원정가 죽치고 앉아 있다가 마침내 기록 경신을 해 환희에 싸였던 정봉이 그를 지켜보던 동네 건달들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너무나 어이없게도 '꽃미남' 강동원을 패러디한 장면도 압권이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쓰고 있던 우산을 들어올리며 해사한 얼굴을 드러내는 이 장면을 패러디한 정봉은 실제로 강동원의 연기를 수차례 보며 참고했다.  

 ▲'요술공주 밍키'로 초토화된 고스톱 현장
 봉황당 골목길 주민들이 미란 집 안방에 둘러앉아 거국적으로 고스톱을 치다가 5살 꼬마 진주의 댄스로 그만 모든 게 엉망이 돼버린 장면은 폭소를 자아냈다.

 동일이 '사짜' 재명의 속임수를 다 잡아내고 승승장구하면서 '파이브 고(go)'를 외친 직후 심술이 난 미란이 진주를 데리고 와서는 '요술공주 밍키'의 음악을 틀어버리자 진주가 고스톱 판 위에서 '자동반사'로 춤을 춰버리면서 동일은 분루를 삼켜야했다.

 ▲택이와 덕선의 두번의 키스 
 택이와 덕선이 나눈 두번의 키스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택이가 지금껏 꿈인줄 알았던 잠결의 키스신과 15일 등장한 중국 베이징 호텔에서의 기습 키스신으로 '어남택' 파들은 기절할 지경이다.

 

 

▲"계란이 왔어요" 미란의 전국노래자랑 댄스 
 '한 댄스'하는 미란이 전국노래자랑 예선에서 "계란이 왔어요"에 맞춰 보여준 화려한 댄스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배우 라미란의 진가를 보여줬다.

 윤수일의 '아파트'에 맞춰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열심히 연습을 했지만, '아파트'의 테이프가 계란장수의 테이프와 바뀌는 황당한 사고가 나자 미란은 무반주 속에서 심사위원들이 "됐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노래하며 춤을 추다 끌려나갔다.

▲"사랑해" 정환의 돌직구 고백
 결국은 덕선을 잡지 못했지만 정환이 마음을 접기 직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덕선에게 돌직구 고백을 한 장면에서는 '어남류'들이 쓰러졌다.

 무심한척, 까칠한척 했지만 사실은 오랜시간 소꿉친구 덕선을 마음에 품어왔던 정환은 결국 친구 택을 생각하며 덕선을 포기해야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면서 자신이 해온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인지, 비록 장난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덕선에게 진심을 남김없이 고백했다.

▲"아빠의 꿈은 자식새끼 건강하고 안 아픈 것. 그거 하나"
 덕선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성적도 안되지만, 꿈조차 없는 자신의 모습을 한심하다고 생각하자 아빠 동일이 어깨를 토닥여주는 장면도 세대 간 벽을 허물었다.

 동일은 덕선과의 대화 중 "아빠의 지금 꿈은 뭐냐"는 질문에 "우리 보라, 우리 덕선이, 우리 노을이. 하나도 안 아프고 건강한 것. 아빠 꿈은 딱 그거 하나 밖에 없다. 자식새끼 셋 다 건강하고 안 아픈 것 그것 말고 아빠 꿈이 뭐가 있냐. 없다. 그거 하나다"고 답했다.

 드라마를 보는 자식도, 부모도 울린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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