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고위관계자 "농협경제지주 폐지는 불가"

(동양일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자가 다음 달 열릴 결산총회를 계기로 4년간의 정식 임기를 개시할 예정인 가운데 농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당선자가 내건 공약이 파격적이어서 농협중앙회는 물론 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도 마찰을 빚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공약은 ▲농협경제지주 폐지 ▲중앙회 상호금융부서의 독립법인화(가칭 상호금융중앙은행) ▲중앙회장 선출 직선제 전환 ▲조합상호지원자금 20조원으로 확대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한 것은 농협경제지주 폐지라고 할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에 이어 농협경제지주는 이미 설립작업이 상당히 진행돼 내년 초 정식으로 출범 예정이다.

그럼에도, 김 당선자는 정부의 '1중앙회-2지주회사' 제도는 농민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이를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해 '1중앙회-1금융지주' 체제로 가겠다고 약속하고서 투표권자인 지역농협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지역 농협조합장들은 농협경제지주가 설립되면 지역 농협과 사업을 경쟁하게 돼 규모가 작은 지역농협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에 "농협경제지주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 조직을 효율화하기위해 지난 10년 동안 노력해온 결과를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농협경제지주 설립이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이뤄지는 일인 만큼 농식품부가 반대하면 김 당선자가 공약을 관철하기 쉽지 않다. 이미 국회에서의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경제지주 설립이 결정된 만큼 국회가 선선히 응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곤혹스럽기는 농협중앙회도 마찬가지다. 최원병 회장 체제에서 정당성을 부여하고 진행해온 농협경제지주 설립 사업을 새 회장 체제가 됐다고 백지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식품부 등에서는 김 당선자가 임기 시작 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본인의 공약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회장 선출 직선제 전환도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선제의 폐해 탓에 지역농협 출신인 대의원 291명과 현직 중앙회장 1명 등의 간선제로 바꿨는데 이를 되돌리려 한다면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조합상호지원자금을 2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농협중앙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공약은 일부 정책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농민단체 등에서는 농민을 위한 '상호금융중앙은행' 설립을 요구해왔으며, 김 당선자를 이를 반영해 새마을금고·신협처럼 개별 단위법인의 연합회 성격을 띠거나 농협금융지주처럼 중앙회 산하의 별도 지주회사 형태 등으로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농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상호금융의 경쟁력 강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위원회도 건전성 기준만 충족되면 '상호금융중앙은행' 설립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또한 농협법 개정이 필요해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특히 김 당선자가 농협법 개정을 바탕으로 한 농협경제지주 폐지를 고집하면 상호금융 독립법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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