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19 유가족과 관계자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폐를 끼쳤다”며 자신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승만이 국부(國父)란 호칭이 갖는 도덕적 기준을 갖추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사회통합 관점에서 한 말이니 그 뜻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고개를 떨어뜨린 것이다.

사실 한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은 파격적이었다.

이는 대통령 묘역을 형식적으로 참배하여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돌려보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국민의당 정체성을 너무 우측으로 옮겨 놓는 키워드였다.

한상진 교수는 1890년대에 중민(中民)이론을 주창하였다.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론을 비판한 국민, 대중,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 점진적 개혁노선이다.

요즘 친노-486 세력이 지지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극좌는 진보’라는 오인된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합리적 보수를 엿보려는 안철수가 동행하기 편한 중산층 이론이었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은 상당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4.19 묘역을 참배하며 대척점에 있는‘이승만 국부’ 발언을 터뜨린 것이다. 새누리당의 진양을 깊숙이 진격해 들어간 것이다.

이 말에 깜짝 놀란 안철수 의원은 곧바로 김구 선생의 묘지참배를 결행하였다. 그러나 이런 물타기 행보로는 여론의 반전이 쉽지 않으니까 사과까지 하기에 이른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 위원장이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맥락에서 ‘국부’라고 했는데 1948년 건국설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더민주 도종환 대변인은 “얄팍한 역사 인식 수준을 드러낸 망발”이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자 당 최고 위원들은 당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며 동행하지 않았었다.

표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문재인 대표의 참배는 역사 인식 수준이 얄팍해서가 아니라 표 때문에 진심을 숨기고 찾아갔던 거짓 발걸음이었다.

그에 비하면 한상진 교수는 발걸음과 마음이 같은 쪽에 있던 셈이다. 참으로 정치판은 꼴사나운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역사적 진실 때문이 아니라 표동냥 때문에 좌충우돌 난투극을 벌인다.

1965년 7월 19일 하와이 한 병원에서 이승만은 쓸쓸히 숨을 거둔다. 돈이 없어 간병인도 없이 프란체스카 여사 혼자 병수발을 하였다. 향년 90세. 의식을 잃은 지 1년. 가끔 고열에 시달릴 때 “어머니! 어머니!…….”를 되뇌이던 그는 큰 숨을 한번 몰아쉬고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살아서 귀국하기로 거부하던 박정희 정권은 주검의 귀국은 허용했다.

허정 전 수반은 이 정부가 이박사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아 고국에서 눈을 감지 못했다며 아쉬워하였다. 지금도 우리는 이승만 버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승만을 대한민국의 국부로 인정하든 안하든, 대한민국의 건국은 그의 작품임이 분명하다.

당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미국의 승인을 받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철저한 반공주의자 이승만이 좌익세력을 절대 배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소련이 전쟁에 참전해야 일본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좌우합작을 원한 것이었다. 그리고 소련의 참전 대가로 한반도를 소련에 넘길 의향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당시 이를 간파한 지도자는 바로 이승만 한 사람 뿐이었다. 김구 선생의 전우합작 민족통합 노선은 김일성 노선을 도와주는 꼴이었다.

1897년(고종 34) 대한제국은 이승만의 역할에 힘입어 1919년 4월13일 대한민국임시정부로 수립 선포되었으며, 9월 11일 이 헌법에 의해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었다. 공산주의를 택한 북한과 달리 자유민주주의 남한의 정국은 혼란하였다. 콜레라가 발생하고 식량난이 계속 이어지고 미군정의 실정들이 들어났다.

반탁과 찬탁 운동의 혼란을 수습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수립하여 이승만은 정식으로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정통국가가 건국된 것이다.

혹시 그의 반공과 자유주의 신념이 대한민국을 성립시킨 것은 아닐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