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무대미술가 민병구(50·중부무대미술연구소 대표)씨는 숨겨왔던 시적 감성들을 첫 번째 시집 ‘고무신 놀이’를 통해 드러낸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연극, 무용, 국악, 뮤지컬 등 1600여회 공연의 무대 디자인을 하며 밤낮없이 바쁘게 살아온 민씨. 그에게 일을 마치고 난 뒤 끄적였던 시 한 편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소주 한 잔이었다.

때로 무대미술에 삶을 오롯이 바쳤던 가난한 연극쟁이는 ‘무엇인가를 잡을 만도 한데/내 손은/일을 해도해도 빈손/빈손으로 왔다가/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서러운 빈손’이라며 지난했던 삶을 자조하기도 하고, ‘칼날에 사정없이 깎이어져/살갗이 벗겨진 초라한 토막(시 ‘잃어버린 몽당연필’)’이라며 자신을 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슬픔과 한숨의 끝에는 희망의 빛이 넘실거리기에, ‘무지개 속에 상실되었던 꿈들이 너울(‘편지 써 보기’)’대기에, 마냥 아프지만은 않다.

민씨는 청주 출생으로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2013년 한국문화예술 명인(무대예술 1호)으로 등제됐으며 현재 채묵화회장, 충북연극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씨는 “그저 혼자서 일 끝내고 나면 푸념처럼 쓴 것들이다. 추운 겨울이면 창고 구석에서 비닐 위에 장판을 깔고 앉아 책을 읽고 일기처럼 시를 써 왔다”며 “1985년부터 쓴 것이 3만장이 넘어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예술의숲. 13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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