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충북교육청 혁신기획담당 서기관)

눈이 오고, 온 대지가 꽁꽁 얼었다. 추운겨울엔 자연이 성장을 멈춘 듯 보인다.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고, 대지는 눈이 쌓여 그 속에 아무것도 살아있지 못한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무는 겨울에도 조금씩 성장을 한다. 나무에 달린 움들은 날씨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며 봄맞이를 준비한다. 꽁꽁 언 땅을 조금만 파보면 흙 속에 수많은 생명체가 꿈틀 거린다. 한 숟가락의 흙 속에는 보통 만 가지 종류 이상의 생물이 약 10억마리 정도 존재한다. 모두가 살아있다. 살아있는 것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런 움직임이 따뜻한 봄의 풍성한 자연을 만든다. 꽃이 피고, 푸른 잎이 돋아나고, 땅 속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이 식물과 어우러진다.
 요즘 교육이 꽁꽁 얼었다. 누리과정 사업이 야기한 교육재정 위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교육청들이 모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016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누리사업을 100% 편성한 교육청은 단 한곳도 없다. 충북교육청도 1200억원이 넘는 누리사업 예산을 편성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초·중등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며 나섰다. 어린이집, 교육청, 교육부의 책임공방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교육문제에 돈을 다루는 기획재정부도 나섰다. 아주 드문 일이다. 모든 교육은 정지한 듯 보이고, 갈등만이 가득 차 보인다. 교육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1월14일 날이 어둑해지자 산골마을 영동 상촌중학교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주 동안 학교에서 숙박을 하며 멘토링을 진행한 대학생 12명과 전교생 27명의 아이들이 준비한 발표회가 이뤄졌다. 강당은 학부모, 교육지원청 관계자, 방학인데도 매일같이 행사를 챙겨온 학교 선생님들 1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아름다운 배움’이라는 청년단체 출신의 대학생들은 모두 자비를 내어 밥을 해먹어 가면서 자존감과 꿈을 잃은 시골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를 했다. 이날 참석한 부모들과 선생님,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의 눈가에 감동의 눈물이 반짝 맺혔다.
 충남 보령에 있는 충북교직원연수원에서는 4일 간 2016년도 행복씨앗학교 교원들을 위한 연수가 진행됐다. 10개 학교에서 70여 명의 교장, 교감, 교사들이 참여했고, 2015년 행복씨앗학교 20여명의 교원들이 도우미로 함께했다. 딱딱한 연수원 방마다 교장, 교감과 교사들이 어우러져 신학년도 학교 운영 계획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불편함, 피곤함이 말할 수 없었겠지만 연수 참여자들의 얼굴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과 함께 밤을 지샌 유대감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당일 스마트폰으로 진행한 연수평가는 만족도가 90%를 넘어섰다.
 폭설이 쏟아진 지난주, 충북교육청 시청각실에는 눈길을 뚫고 온 교사들로 가득 찼다. 독서교육 연수가 열렸고, 추운 날씨 손을 호호 불며 밖으로 나오는 모습들에는 하얗게 내뿜는 입김 속에 지적 공감을 이룬 만족감이 배어났다.
 언론에는 이슈가 담기지만 일상에는 쟁점이 되지 않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진행된다. 신입생을 배정하고, 신규교사를 뽑고, 협의를 하고, 수업연구를 하고, 연수가 진행된다. 그 많은 일들이 모여 봄을 이루고, 3월 새 학기를 준비한다. 지난 두 주 동안 김병우 교육감을 포함한 교육청 간부직원 200여명이 두 차례나 모여 4시간씩에 걸쳐 2016년 충북교육에 대해 공감하고 토론하는 충북교육 주요업무 설명회가 열렸다. 올해 충북교육의 화두는 ‘요차불피(樂此不疲)’, 즉 ‘좋아서 하는 일은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리사업, 무상급식 등 이슈들로 가득 찬 보도자료를 보면 충북교육은 어느 듯 동면한 겨울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민들은 걱정 마시라. 충북교육가족 모두가 이 추운 겨울,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정성껏 봄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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