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치인트’ 유정 역 박해진

(연합뉴스)갈대 같은 여심을 흔드는 남자는 해마다 철마다 바뀐다.

요즘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남자를 고르라면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치인트)의 배우 박해진(33)이 첫손에 꼽힌다.

많은 시청자에게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기적을 선사한 ‘유정 선배’, 박해진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순정만화책에서 걸어나온 듯한 모습의 박해진은 ‘외모부터 유정 그 자체’라는 인사에 “비슷한 조건의 배우를 가져다 놓으면 누가 연기해도 싱크로율은 비슷할 것”이라며 멋쩍어했다.

● “원작에 충실? 돌려 생각하면 원작에 갇힌단 거죠”

‘치인트’는 대학 선배 유정과 후배 홍설(김고은 분)의 이야기다.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인 만큼 원작과의 줄타기는 배우에게도 숙제다.

박해진은 “연기 방향을 ‘원작에 충실하자’가 아니라 ‘원작에서 벗어나지 말자’로 잡았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원작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충실하다는 건 돌려 생각하면 원작에 그만큼 갇힌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원작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로워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한 작품을 10명이 보면 반응이 제각각일 텐데, 10명의 공통적인 해석 안에서 유정 캐릭터를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박해진이 주목한 유정 캐릭터의 요체는 순수함이다.

“유정은 순수한 친구예요. 가령 하나를 빼앗기면 하나를 빼앗아와야 하고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려 하는, 어째 보면 어린 아이와 비슷한 인물이에요. 본성에 좀 더 솔직해요. 일반인과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뿐이죠.”

달콤한 미소를 짓다가도 금방 웃음을 거두는 유정을 두고 사람들은 섬뜩하다고 하지만, 악의적인 의도를 품은 인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유정 캐릭터가 좀 더 분명히 잡혔다.

그 때문에 일부 장면은 재촬영도 감행했다. 3회에서 유정이 설에게 흑심을 품은 선배에게 “평생 취직도 못 하고 백수로 지내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장면도 그 중 하나였다.

“유정의 달콤한 모습이 살아나려면 다른 모습에서 더 날이 서야 해요. 그런데 초반부에 촬영한 몇 장면은 덜 날카롭게 찍었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각을 제대로 잡아주는 작업들을 했어요.”

● “제 나이에 맞추다 ‘청춘’ 느낌 잃을까 여러 차례 고사도”

까다로운 ‘치어머니’(원작 팬을 시어머니에 빗댄 표현)들도 유정 역에는 박해진을 일찌감치 낙점했다. 그럼에도, 박해진은 여러 차례 유정 역을 고사했다.

“유정은 25살인데 지난해 캐스팅 이야기가 오갈 때 저는 32살이었어요. 제가 유정 역할을 하게 되면 모든 캐스팅이 빠그라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제 나이에 맞추다 보면 설이나 인호 모두 나이 많은 배우가 하게 될까봐서요.”

그는 “그렇게 되면 ‘치인트’ 특유의 느낌, 그 청춘이 사라질 것 같아서 싫었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된 유정은 정작 나머지 배역의 캐스팅 소식에 이윤정 PD에게 “정말 저를 배려하지 않은 캐스팅”이라고 투정을 부렸다고. 김고은 뿐 아니라 친구 인호로 등장하는 서강준, 쌍둥이 누나 인하 역의 이성경 모두 7~10살 차이가 난다.

“어떻게 이렇게 파릇파릇한 배우들을 뽑았냐고 우스갯소리를 했죠. 그 또래들과 같이 있으면 정말 나이를 숨길 수가 없거든요. 그래도 함께 하는 친구들이 많이 어른스러워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가 연출하는 ‘치인트’는 20대 젊은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박해진은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작품이 그에게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을 불러 일으키는지 궁금했다.

“유정이 경영학과잖아요. 정말 처음 들어본 경영학 이론으로 토론하고 설명 들으면서 이렇게 시달리는 캠퍼스 생활을 하다 보니 어휴…(웃음)”

아직도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는 박해진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도 본인 취향대로 공들여 꾸몄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의 옷을 빌린 느낌으로 나서고 싶지 않아서 가방과 신발만큼은 자신의 것을 사용한다.

‘치인트’는 80% 이상 사전 제작을 마친 상황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박해진은 “6부부터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붙고 이야기가 생기면서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면서 “사전 제작 환경에서 안고 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치어머니 논란에 맘을 졸였던 것일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많은 사랑을 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박해진의 마무리 인사에서 진심으로 안도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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