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은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강추위가 찾아왔다. 매서운 칼바람은 창문을 을씨년스럽게 뒤흔들고 밖에서는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회초리를 휘두르듯 재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이런 하나의 현상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것이다. 2015년 10월 5일 청원구청 주민복지과에 임용되어 공무원이 된 나는 겨울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느끼고 임용 전의 겨울을 잠시 회고해본다.

수험생 시절 나는 겨울에 무감각했던 것 같다. 거의 온종일 실내에서 있다보니 바깥공기와의 온도차를 실감하지 못했다.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모르는 기약 없는 시간들은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될 만큼 나를 치열하고 절실하게 만들었고 슬럼프에 빠진다거나 외로움이 밀려올 때면 공직생활을 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그리며 마음을 추스르곤 했다. 겨울이 지나간다는 것은 시험일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공부량이 부족하다 느낄 때면 봄이 늦게 찾아와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은 비록 3개월 된 신규이지만 임용 전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 선배 공무원들로부터 실무를 익히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공무원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배우고 있다.

나의 자리는 주민복지과 입구와 가장 가까워 우리 과에 방문하는 민원인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업무 파악도 채 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민원인들이 저마다 사연을 들고 내게 찾아와 물을 때면 당황하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선배들은 하던 업무를 멈추고 일어나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넉넉한 미소와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몸에 밴 친절과 배려를 보았다.

업무가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새로운 사례들이 생겨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특히 나의 업무는 복지급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다양한 사례를 접할 때마다 지침의 해석이나 적용여부를 두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할 때면, 이구동성으로 민원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라고 답하신다. 질문하기에 앞서 행정의 비효율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를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던 순간이었고 진정한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선배들의 배려와 협조 속에서 공직생활이라는 도화지에 이제 막 연필로 밑바탕을 그려나가고 있다. 미숙하지만 선배들이 남기신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여러 해를 지낸 뒤에는 따뜻하고 조화로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고 있지 않을까 희망해보며 올바른 공무원이 되겠노라고 의기를 다져본다.

올 겨울, 이번 한파는 유난히 춥다. 소외된 이웃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고 움츠리게 만드는 영하의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자연은 거스를 수 없지만 모여 있어야 추위를 덜 느끼듯 함께 사는 우리 지역사회가 꽁꽁 얼어붙은 곳곳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길 바란다. 공무원이 된 지금 머지않아 꽃이 피는 봄을 기다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오늘도 진중한 마음으로 지침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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