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숙 수필가, '사소함도 꽃이다' 발간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예로부터 모과는 꿀이나 설탕에 재워 차나 술로 즐긴다. 또 푹 삶아 꿀에 담가서 삭힌 모과수나, 삶아 으깬 다음 꿀과 물을 넣어 조린 모과정과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다양하게 쓰이는 팔방미인이 모과인데, 외모로 평가하는 건 모과의 자존심 문제이다.

모과나무는 어느새 꽃이 다 지고 푸른 잎만 가득하다. 유달리 연모한 꽃이 보이지 않아도 섭섭지 않을 테다. 시고 떫고 향기로운 것이 인생임을 한 열매로 알렸으니. (‘열매로 알렸으니’ 중에서)

 

임정숙((사)세계직지문화협회 과장) 수필가가 사소하게 던져진 일상들을 소중하게 엮어낸 수필집 ‘사소함도 꽃이다’를 펴냈다. ‘흔드는 것은 바람이다’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7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을 내 놓은 저자는 “첫 수필집보다는 신경이 쓰여선지 출판하기까지 생각보다 아주 버거웠다”고 소감을 밝힌다.

제목 ‘사소함도 꽃이다’는 ‘우리 삶은 결국 사소함의 연속이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나왔다. 아무 일 없는 듯 소소하게 흘러가는, 그래서 때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일상에 저자는 의미를 부여하고 진한 애정을 담아낸다. 익숙한 것들을 귀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따스하다.

임 수필가는 “평소 사소함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는 삶의 태도는 중요하다. 우리가 쉽게 상처를 받는 부분도 무심할 수 있는 사소함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누군가를 먼저 헤아릴 줄 아는 세심한 마음은 꽃처럼 환하고 따뜻한 감동이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잘 숙성된 문체로 독자들에게 성찬을 내 놓는다. 부드럽고 온화하면서 감각적인 문장들이 읽는 이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그는 글을 쓴다는 일은 결코 즐거움만은 아니라고 토로한다. 오히려 끝없는 인내와 고통에 가깝다는 것. 그럼에도 줄곧 펜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순간순간 존재하는 생각과 삶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임 수필가는 “글을 쓰지 않았다면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고 있을 때 내 생각과 삶이 그냥 흘러갔을 것”이라며 “그동안 글을 쓰면서 나를 성장하게 했을 또 한 권의 수필집이 살아있음의 증표로 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애착이 가는 글은 ‘밥 먹는 사이’와 ‘탱자나무 울타리’. ‘밥 먹는 사이’를 통해 저자는 밥을 함께 먹는다는 행위는 가장 본능적인 욕구를 채우면서 가장 진정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탱자나무에 얽힌 유년의 추억을 풀어낸 작품 ‘탱자나무 울타리’도 유난히 눈이 가는 글. 과거의 그리운 장면 장면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데 큰 위안이 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저자의 언니 임영옥씨의 작품을 표지와 본문 그림으로 실었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글과 그림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임 수필가는 충남 세종시 연동면 출생으로 2000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다. 2007년 청주예술공로상을 받았으며 현재 충북문인협회 수필분과 위원, 충북수필문학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과비평사. 189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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