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시인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단골키워드 중 하나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다.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도 비슷한 개념이다.

언뜻 뭔 소린가 하겠지만 포장만 바뀐 라면 맛처럼 이미 익숙해진 생활 속 인터넷 세상에 관한 얘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사물인터넷을 가리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인터넷과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정보를 교류하고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인프라 및 서비스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도 ‘고유하게 식별 가능한 사물(Things)이 만들어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환경’으로 사물인터넷을 규정한다.

발전 속도로 봐서는 머지않아 스마트 폰도 사물인터넷에 자리를 내주고 구식장난감이 될 모양새다. 음악을 듣고, 메일을 보내고, 내비게이션 역할을 대신하는 정도로는 구조조정을 면키 어렵게 됐다.

손으로 터치하는 것에서 음성으로, 음성도 귀찮으면 눈짓으로 명령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 안에서 한 숨 잘 수도 있고, 입고 있는 옷이 혈압이 높으니 병원에 가보라고 등을 떠밀 수도 있다. 냉장고가 알아서 슈퍼마켓에 주문을 하기도 하고, 센서가 달린 주방에서는 말 한마디로 된장찌개를 끓여낼 수도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빅 데이터‘가 우리의 삶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와 자신이 제시하는 ICT융합기술의 자녀로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

사물들끼리 숙덕숙덕 주고받는 정보에 따라 사람은 디자인된 생활패턴으로 ’살아지는‘ 존재가 됐다.

인공지능의 아버지, 민스키 교수는 “인간은 사실 일종의 기계로, 그 두뇌는 반(半)자율적이되 지능적이지는 않은 많은 작용요소들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만물인터넷시대에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명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이 단지 사물인터넷과 연결된 하나의 가변적 정보를 가진 객체로서 대접받는다 해도 억울해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렇긴 해도 ‘사물인터넷’의 존재이유는 사람이다. 사람과 사물과의 ‘신뢰’가 관건이다.

범죄로부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만물인터넷’은 처치 곤란한 센서뭉치와 통신다발과 빅 데이터의 쓰레기더미일 뿐이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당황스럽다. 누군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내 주변을 샅샅이 훑고 있다면 끔찍한 일이다. 수많은 센서들이도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피곤하다. 꿈자리까지 자유로울 수 없다면 이건 환상이 아니라 악몽이다.

빅 데이터의 수집과정에서 발생되는 무차별적인 노출은 정보의 과잉생산이라는 기회비용뿐만 아니라 정보공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안의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홈 네트워크가 오히려 백도어(‘뒷문이 열렸다’는 의미로 쉽게 해킹에 노출되는 상태)역할을 하게 된다면 편리성은 무의미하다.

복잡성의 과학자 캐스터는 “인터넷에서 진정한 보안 같은 것은 없다. “고 단언한다.

“열 사람이 도둑 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다.”는 속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춥지 않은 겨울이 있겠는가.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Cloud)기술, 빅데이터(Big data)와 모바일(Mobile), 이른바 ‘ICBM’ 기술이 성숙단계로 접어들며 융합의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어디에고 빛과 그림자는 있다.

‘제4의 산업’, 혁명의 물결이 얼음장 밑을 흐르고 있다. 봄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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