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짓이 분명하다

연분홍과 흰 접시꽃들

뿌리채 사라졌다

수년 째 막내딸이 수태하지 못한다고

눈물 찍던 그녀

내 꽃들 우르르 그 집으로 달려가

태반의 접시 돌리고 있는가

 

햇살을 뿌리깊이 받아내

백지에 붉은 점 하나 찍어 올리는가

손바닥 발바닥에 꽃불 놓아

세상에 없는 꽃 하나 만드는가

수많은 꽃잎들 접고 접어

한 송이 붉은 꽃 태어나는가

바람의 치어들 살 속에 박혀

여자를 지우고 어미로 목숨 걸어놓고

발길질 해대는가

해의 숨결 하나 빌려

팽팽한 이름 불러내는가

 

허공에 먼저 피어

바글거리는 태반의 접시꽃,꽃

 

내일의 빛 껴입고

아가들이 뛰어 오를 것이다

발밑에 어둠을 꾹꾹 누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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