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아이들이 사라졌다. 지하철 역에서 호떡을 사려던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이상한 나라로 끌려가게 되고 그 나라에서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재기발랄한 서사와 통쾌한 반전이 있는 이 이야긴 “지하철역에서 사라진 아이들”이란 동화의 내용이다.

이러한 동화처럼 최근 장기결석으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동화 속 아이들처럼 판타지와 낭만이 있는 아이들이 아니다. 생사를 확인해야할 절박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세밑 인천의 11살짜리 소녀가 생존을 위해 집을 탈출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부천의 최모 군 소식은 비정한 부모들에 대한 분노와 함께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좌시하면 안된다는 사회적인 각성을 가져오게 했다.

인천의 박모 양과 부천의 최모 군은 모두 장기결석 아동이었다.

학교에서 장기결석 아동을 제대로 관리만 했더라도 이러한 비극은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박 양 사건 이후 정부는 전국 5900여개 초등학교를 전수 조사해 장기결석 아동을 조사했다. 장기결석 기준은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무단결석하거나 3개월 이상 장기 결석해 유예 또는 정원 외로 관리되는 학생을 말한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장기결석생은 모두 220명인 것으로 조사됐고 정부는 이들 아동의 가정을 현장 방문해 조사했다.

최 군의 시신훼손 사건은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최 군은 2012년 5월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아 학교에서 독촉장 발송, 가정 방문 등의 조치를 한 뒤 소재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2012년 8월부터 장기결석 아동으로 정원 외로 관리되고 있었다.

두 가정의 비극은 모두 친부모에 의해 학대가 저질러졌다는 데 있다. ‘내 아이 내가 기른다’는 의식이 ‘내 아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고로 이어져 아이의 인권이 무시된 채 폭력과 억압이 부모에 의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폭력과 억압이 사적 공간인 가정 안에서 이뤄지다보니, 타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은밀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가 심각하다.

조사에 따르면 2008년~2014년 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263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신생아 살해가 59명, 살해 후 동반자살이 92명(추정)에 이른다.

학대이유도 다양하다. ‘잠을 안자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울어서’ 등 생리적인 이유와, ‘말을 잘 안 들어서’ ‘거짓말을 해서’ ‘고집을 부려서’ 등 훈육을 명분으로 한 학대도 많다. 이들 이유는 모두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것은 아동학대 중 대부분이 가학자가 친부모라는데 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아동(0~17세)을 학대한 사례는 6796건으로 전년대비 393건 증가했으며, 아동을 학대한 행위자는 친부모가 76.2%로 가장 많았고 계부모(3.7%), 친족부모(2.1%), 부모동거인(1.3%), 이웃(0.8%) 등의 순이었다.

친부모에 의한 폭력행위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가해져 고문 수준에 이른다.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이 훈육이라고 착각한다.

이는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행위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어떠한 이유로든 학대는 정당화 될 수 없다.

학대는 평생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 마침내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인권 보호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권고에 나섰다.

인권위는 아동방임에 대한 적극적 조치와 친권행사로 인한 아동인권 사각지대 해소, 피학대 아동의 전학절차 개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종사자 보호,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 확충을 권고하면서, 아동학대 직권조사와 방문조사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보다 앞서야 할 것은 아동에 대한 어른들의 의식 전환이고, 무엇보다 화목한 가정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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