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수목극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 단순명확한 스토리와 감정선으로 시청자를 흡입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이지만 개연성과 현실감으로 무장해 '막장 논란'은 피하고, 꽃다운 나이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닥치고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어 웬만한 흠결을 덮어버린다.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흐름과 연출이 툭툭 끊어지고, 주인공 유승호의 매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등 아쉬운 점이 많지만 드라마는 분노하고 슬퍼하는 시청자의 정직한 감정을 살뜰히 그러모아 시청률 15~16%의 높은 성적을 내고 있다.
 

◇ 분노하거나…"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극의 한가운데에 놓인 '가해자' 남규만(남궁민 분)은 '쳐죽일 놈'인데, 돈과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날이 갈수록 더 뻔뻔하고 악랄해진다.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가 남규만과 그 친구들의 단골 대사다.

반대로 '피해자' 서진우(유승호)는 고생 끝 이제 착착 복수와 응징을 시작하려는데 짧으면 6개월 내에 모든 기억이 블랙 아웃돼버릴 것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와 절절한 안타까움이 정확하게 반반씩 이 드라마를 가르는데, 바로 그게 이 드라마의 강력한 엔진이 돼 백만스물아홉번씩 푸시업을 하며 많은 시청자를 태우고 전진한다.

지난 28일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의 시청률은 15.6%. 같은 시간 KBS 2TV '장사의 신 객주'는 11.8%, MBC TV '한번 더 해피엔딩'은 6.7%를 기록했다. 여유로운 1위다.'
 

드라마는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베테랑'의 망나니 재벌 조태오와 이 드라마의 망나니 재벌 남규만은 한 핏줄임에 틀림없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찌질이'라는 극중 대사처럼 부족할 것 없이 자란 황금수저이지만 정신연령은 구순 구강기에 머물러 있는, 망나니들의 대행진에 뒷목을 잡지 않을 자 누가 있으랴.

특히 공중에 떠 있는 악역이 아니라, 우리가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는 재벌가 사람들의 비뚤어진 범죄행위가 이들 역할에 설득력과 생명력을 강하게 불어넣고 있어 시청자의 분노 역시 상당히 현실적이다.

'남규만의 말로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리라'는 심정은 현실에서 종종 '유전무죄' 논리로 정의구현이 안되는 상황들에 대한 보상심리이기도 하다. 또 우리는 어차피 남규만이 벌을 받게 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으니 마지막을 보고 싶은 것이다.

◇ 슬퍼하거나…기억에 대한 절박한 사투
그런데 드라마는 분노지수만 승천시키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 날 만큼 예쁜' 유승호에게 알츠하이머라는 '죄목'을 씌워 화면에 최루액을 분사하고 있다.
 

앞서 수애가 '천일의 약속'에서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 후 결국 죽는 꽃청춘을 연기해 눈물샘을 자극했는데, 알츠하이머에 걸린 유승호는 복수라는 중차대한 숙제를 안고 있어 시한부의 절박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를 마침내 감옥으로 보낼 수 있게 촘촘하게 그물을 엮어왔는데 고지를 코앞에 두고서 기억을 KTX 속도로 잃어가는 서진우의 모습은 시청자의 애를 태우고 발을 동동 구르게 한다.

기억을 잃거나, 잃어가는 이야기는 극성이 높기 때문에 그간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서 다뤄져왔다. 그중에서도 기억상실이 범죄나 누명과 연계가 될 경우는 단순한 슬픔을 넘어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톡톡히 낸다.

거대 재벌에 맞서 싸우는 다윗이라는 점만으로도 버거운데, 기억에 대한 절박한 사투까지 벌여야하니 서진우의 상황은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피해다니며 여전히 기고만장한 남규만과 처절하게 대비를 이룬다.

드라마는 이러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명확한 대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과응보에 대한 바람을 집합시키고 있다.

따뜻한 감성이나 달달한 로맨스, 추억을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심지어 만듦새나 스토리에 엉성한 구석이 심심치 않게 노출돼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목적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의 확인에 있기에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높아보인다.

본격 성인 연기에 도전한 유승호도 이런저런 제약에 갇혀 클로즈업에서 주는 '안구정화' 기능 이상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시청률 경쟁력과 광고 완판 행진은 이 드라마를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기억하게 할 듯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