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 신청 따른 조사과정서 확인… 보물 지위는 유지할 듯

(동양일보)지금까지 고려시대에 인쇄된 것으로 알려졌던 보물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이하 증도가) 2점이 조선시대 판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을 포함한 전문가 7명은 지난 25일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서울 삼성출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보물 제758-1호)와 경남 양산 공인박물관에 있는 증도가(보물 제758-2호)를 조사한 결과 삼성출판박물관 증도가는 고려 말∼조선 초, 공인박물관 증도가는 1472년 이후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대구에 사는 김모 씨가 또 다른 증도가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해 3점을 비교 분석하면서 밝혀졌다.

김모씨가 소장한 증도가에는 성종 대인 1472년 김수온이 쓴 3장 분량의 발문이 있었으나, 최근에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인쇄된 글자와 책의 상태 등을 조사해 삼성출판박물관 증도가, 김씨 소장 증도가, 공인박물관 증도가 순으로 인출(印出)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들은 증도가를 찍을 때 사용한 목판은 책에 나오는 각수(刻手)의 이름 등을 근거로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이 맞다고 봤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목판은 인쇄할 때마다 마모돼 후대에 찍으면 글자를 먹으로 덧칠하는 가필(加筆)을 한다”면서 “김씨 소장 증도가는 미세하게 가필 자국이 있고, 공인박물관 증도가는 육안으로도 가필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김씨 소장 증도가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근 발문을 떼어내 책을 다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책의 발문을 찍은 디지털 사진 파일이 돌아다닌다는 점이 증거”리고 설명했다.

만약 김씨 소장 증도가에서 발문을 고의로 훼손했다면 문화재 지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증도가들은 그대로 보물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증도가는 당나라 승려 현각이 지은 불교 선종의 지침서로 각 구절에 송나라 남명선사 법천이 그 뜻을 구체적으로 풀이한 책이다.

본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금속활자인 ‘증도가자’로 찍었던 활자본이 있었으나, 고려시대에 목판을 복각해 인쇄했고 현재는 목판본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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