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시골집 마당에 멍석 깔아놓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 삶아서 먹으며 식구들이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정을 쌓아가던 별밤이다. 앞마당 한 구석에 모깃불을 태우면 향긋한 풀 냄새가 집안 가득 번졌다. 마구 쏟아질 것만 같던 청명한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의 아름다움에 취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별빛 닮은 세월’ 중에서)

 

임경자씨의 수필집 ‘별빛 닮은 세월’은 꾸미지 않는 소박함과 진솔함이 빛나는 책이다.

71편의 수필이 행복 바이러스, 안방으로 옮긴 자연, 그 향기에 반하다, 차마고도에 서다, 꽃잎을 삼키다 등 5부로 나뉘어져 실렸다.

표제작 ‘별빛 닮은 세월’은 어린 시절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에 대한 추억을 그려낸 글이다. 이 글에 깃들어 있는 자연에 대한 찬사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는 ‘아날로그식 삶’, ‘손’ 등의 글을 통해 나이듦의 서글픔을 토로하기도 한다. 새로 구입한 드럼 세탁기의 사용법을 몰라 손빨래를 자처하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90도로 구부러진 노인의 모습을 보며 머지않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인 양 불안해한다. 그러나 저자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아날로그식 삶의 편안함을 애찬하고 투박하고 거칠지만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배어있는 손에 소중함을 표현한다.

임 수필가는 “이제 나이가 드니 새삼 자연의 품이 그리워진다. 자연을 그리워하지만 이미 자연은 옛 모습이 아니라 문명의 발달이라는 미명하에 산과 들이 오염되고 난개발로 산천은 그 모습을 잃고 있다”며 “그러한 변화 속에 유유자적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벗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혜식 수필가는 “일상의 소재들이 뜨거운 가슴을 통해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로 변신한 임경자의 수필은 독자의 마음을 한 것 사로잡는 마력이 작품 편 편마다 깃들어 있다”고 평했다.

임경자 수필가는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 퇴직했으며 한국문인으로 등단했다. 청주문인협회 회원, 산수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주시 1인1책펴내기 최우수상, 한올문학상 대상(수필부문) 등을 수상했다.

예술의숲. 293쪽. 1만3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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