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얼마 전 퇴근길에 소방차와 구급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차 앞을 가로질러 가더니 한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순간 이 아파트에 화재가 난 것으로 생각돼 급히 차를 돌려 아파트 쪽을 확인해 봤지만 연기나 냄새가 전혀 없어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던 중 위쪽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고개를 들자 아파트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30대 후반의 한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량통행이 많은 대로변이었기에 자세한 내용은 들을 수 없었지만 “이 아파트에 있는 아들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눈만 뜨면 아른거리는 어린 피붙이를 코앞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이 상황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 왔다.

이 남성은 지난 1월 생활고로 힘들어하던 중 말다툼 끝에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3개월간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고 한 살짜리 아들을 만나고 싶어 이 같은 자살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장기화된 경기불황이 남편과 아내를 갈라서게 했고 아버지와 아들이 생이별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이다. 다행히 경찰의 설득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모면했지만 지켜보는 내내 아찔한 순간이었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9.1명으로 OECD 평균 12.0명보다 훨씬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간 자살 사망자는 약 1만5000명 가량이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500만명, 계획하는 사람은 2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10대와 20대,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최근 10년간 노인들의 자살률도 크게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자살은 남의 문제만이 아니다. 앞으로 힘든 시기가 계속될수록 자살률은 계속 늘어날 것이기에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