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우릴 응원하고 있어. 뒤집어보자."

3세트 22-23으로 뒤진 상황,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이 선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최 감독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선수들을 뜨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25-21 25-22 28-26)으로 누르고 12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1위 OK저축은행과 격차는 불과 2점(OK저축은행 65점, 현대캐피탈 63점)이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1, 2세트를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지만 3세트에서 OK저축은행 반격에 밀려 22-23 역전을 허용했다.

3세트를 내주면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렀다. 전략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이날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을 화두에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고, 28-26으로 승리해 3세트 만에 경기를 끝냈다.

현대캐피탈을 응원하던 천안 홈팬은 승리에 취했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5라운드 6경기에서 전승했다. 4라운드 전승(6승)으로 만든 상승세가 5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19일 3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OK저축은행전 0-3 패배 이후, 현대캐피탈은 늘 마지막에 웃었다.

최 감독은 "연승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뛰는 '원팀'으로 뭉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캐피탈 기세는 '대기록 작성'을 기대하게 한다.

프로배구 남자부 최다 연승은 삼성화재가 2006년 2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기록한 17연승이다.

12연승을 기록 중인 현대캐피탈이 6라운드 6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18연승으로 삼성화재 기록을 넘어선다.

6라운드 5번째 경기는 3월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삼성화재전이다.

현대캐피탈이 6라운드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삼성화재마저 꺾는다면 17연승 타이 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3월 6일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신기록 달성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까지 선수로 활약한 최태웅 감독은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배구'를 추구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V리그에 새 바람이 불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현대캐피탈은 더 강해졌고, 리그 판도마저 바꿔놨다.

이제 현대캐피탈은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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