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민심은 매우 냉랭했다.

경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은 팍팍한 살림살이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언제쯤 경제가 좋아지나’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설 연휴 초반 터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은 국가안보 우려까지 덧칠하면서 가뜩이나 경제 한파에 꽁꽁 언 국민들의 설 밥상머리 민심을 짓눌렀다.

대체공휴일이 더해져 5일간 이어진 올해 설 연휴가 끝나면서 충청 지역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여·야 의원들과 4.13 총선에 나선 예비후보들이 앞 다퉈 ‘최악의 설 민심’을 전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생안정보다는 당리당략 싸움에만 몰두해 있는 정치권에 ‘유권자의 이름으로’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경제 활성화 법안 통과를 가로막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는 것이 이구동성이다.

야당 의원들은 민생이 어려워지고 안보 불안까지 고조된 상황을 들어 정부와 여당의 무능을 질책하는 쓴 소리가 많았다고 민심을 평가한다.

여·야가 경제와 안보, 정치 위기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민심은 나빠질 대로 나쁘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있는 듯하다.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은 “청주권의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 지난 12년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태영(청주 흥덕을) 예비후보는 “명정기간 만난 주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 이었다”며 “그 와중에 기성정치를 대신할 ‘국회 세대교체’에 대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역시 같은 당 권태호(청주 청원) 예비후보도 ‘싸움질하는 국회의원들을 교체해서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신경써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대전 서구갑) 의원은 ‘선거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어요. 맨날 지들끼리 쌈질만 하고…. 다 똑 같은 놈들 아니냐’는 쓴 소리를 듣고 말았다.

여당 의원들이 전하는 민심은 경제 살리기와 여당의 단합으로 요약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하소연하고 있으며 청년들과 청년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일자리를 많이 늘려달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

야권 의원들은 민생악화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돌렸다. 대통령 임기 4년 차인데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데 대해 기대감이 더는 없다는 한 의원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설 민심이 많이 동요했다”며 정부·여당이 과연 제 역할을 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고도 했다.

결국 여·야가 해석은 달리하고 있지만, 민심이 매우 악화돼 있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누리과정 예산편성 갈등, 노동시장 재편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 선거구 미 획정 사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둘러싼 끝없는 대립 등을 놓고 국민은 극도의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야 총선이 성립되는 기본 전제이니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겠지만 나머지 쟁점은 타결 전망이 불투명하다.

여당이 ‘국회심판론’을 주장하고 야당은 ‘정권심판’을 말하고 있지만 어떤 판정이 날지는 미지수다.

다만 여당은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고 야당도 견제의 역할을 이탈하는 대립에 골몰한다면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