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희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지난 2014년 4월,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 중 295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안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이후에도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 메르스 등 대형 재난사고가 이어졌다.

재난안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1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대형 재난 및 사고는 총 276건이다. 한해 평균 5.5건 꼴이다. 유형별로 보면 자연재해 159건, 교통사고 42건, 대형화재 33건, 붕괴·폭발 19건, 해상사고 15건, 항공기사고 8건이다.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그의 저서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에서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얻은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소개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 300명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에 따라 하인리히 법칙을 1:29:300법칙이라고도 부른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가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입증해 낸 것이다. 또한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미리 시정하면 대형 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2014년 11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충북도를 비롯한 시·군에도 지난해 재난안전실 등 재난관련 조직이 설치됐다. 또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해 지난해 3141억원(충북도 172억원)의 예산을 소방장비 교체, 도로·하천·시설물 안전점검, 설해예방, 재난대응역량 강화에 투입했다.

이제 재난관리를 위한 조직, 예산, 법령, 매뉴얼 등이 정비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 가고 있다. 충북도 역시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구현을 위해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 지속적인 안전문화운동 전개 등 365일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예방적·선제적 재난안전 시책들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범국가적‘2016 국가안전대진단’을 2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안전신문고를 통해 안전사각지대, 재난위험시설 등 도민들이 직접 신고하는 시설 등에 대해 안전점검이 이뤄진다. 작년에는 도내 총 1만2078개소에 대한 시설점검을 통해 643개소는 현지 시정하고, 504개소에 대해서는 보수하거나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안전사고와 대규모 재난을 예방했다.

앞서 하인리히 법칙에서 언급된 대형사고의 징후들은 적극적인 관심과 세심한 관찰 없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도민들께서도 우리 주변의 위해·위험요인을 발견하게 되면 안전신문고 앱이나 웹(www.safepeople.go.kr)으로 신고해 ‘함께하는 국가안전대진단’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 세월호 이후의 세상은 달라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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