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tvN ‘치즈 인 더 트랩’

‘기승전 삼각관계’ 속

선·악 공존하는 유정 캐릭터

‘관계장애’로 몰아 극중 매력 ‘뚝’

원작 웹툰 섬세한 감정묘사 못 살려

시청률 6% 주춤… 상승 기세 꺾여

로맨틱 코미디가 범람하는 국내 TV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로맨스 스릴러를 표방하며 호기롭게 출발했던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로맨스만 남고 스릴러는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까닭에 일명 ‘치어머니’라 불리는 두터운 팬덤이 양날의 칼로 작용한 이 드라마는 전반부에서는 웹툰을 스피디하게 각색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후반부에서는 웹툰의 맛이 실종됐다는 비난이 비등하다.

시청자들은 “유정은 어디가고 스릴러는 영곤이가 끌고갔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 한때 시청률 10%를 바라봤지만…꺾여버린 상승세

‘치즈 인 더 트랩’은 지난 1일 방송된 9회에서 자체 최고 기록인 7.2%를 기록하며 평일 밤 11시 케이블 프로그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금껏 케이블 밤 11시대 시청률 최고 성적은 JTBC ‘비정상회담‘이 2015년 10월27일 기록한 6.6%였다.

역대 케이블 평일 드라마의 시청률 기록은 6%를 기록한 4회에서 일찌감치 경신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4년 5월13일 방송된 JTBC ‘밀회’의 마지막 16회로 평균 5.5%였다.

지상파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3~4%를 기록하는 월화 밤 11시대에 파란을 일으킨 이 드라마는 그러나 10회를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이며 15일 6.1%, 16일 6.2%를 기록하는 등 시청률이 답보 상태다.

한때는 관계자들이 시청률 10%를 바라볼 정도로 힘차게 상승세를 탔지만, 그래프의 방향이 틀어진 지금 상태로는 막판 반등이 힘들어보인다.

● 스릴러는 어디가고 ‘기승전 삼각관계’

‘치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은 웹툰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기승전 삼각관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단골로 등장하는 삼각관계 설정이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도 적용되면서 ‘뻔한 삼각관계’에 치중하느라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작 웹툰도 홍설(김고은 분)을 중심으로 유정(박해진)과 인호(서강준)의 이야기를 그리긴 하지만, 원작에서는 홍설과 유정의 관계가 단단하다. 인호는 홍설에 대한 마음이 있지만 그것에 흔들리지 않고, 홍설 역시 드라마에서처럼 ‘어장관리’를 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

드라마는 웹툰의 이야기를 대부분 활용하고 있지만, 그 표현 방식에서 인호의 로맨스를 부각하면서 이들 세 명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주가 되게 만들어버렸다.

결정적으로 10회에서 홍설과 민수의 몸싸움 이후 홍설에게 약을 발라주는 이가 인호였다는 점이 ‘치어머니’들을 뿔나게 만들었다.

원작에서는 유정이 홍설에게 약을 발라주며 서로 감정과 생각을 교류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드라마에서는 유정의 역할을 인호에게 준 점이 삼각관계를 강조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홍설-유정에게 집중해야할 로맨스에 인호가 가세하면서 드라마는 홍설-유정 사이에서 피어나야할 감성적인 스릴러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익숙한’ 삼각관계나 보편적인 로맨스로 끌고 가는 게 드라마를 위한 안전장치라고 판단한 듯 보이지만, 이미 ‘치즈 인 더 트랩’의 독특한 콘셉트를 두 팔 벌려 환영한 시청자들로서는 실망스러운 선택이다.

● 유정의 에지는 사라지고 영곤이가 긴장감 이끌어

자연히 가장 큰 문제는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유정 캐릭터의 에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유정의 일거수일투족과 표변하는 표정이 ‘치즈 인 더 트랩’의 동력인데 그것이 10회를 기점으로 실종된 게 사실이다.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유정이 때로는 섬뜩한 느낌을 들게 하고, 때로는 한없이 화사한 느낌을 주는 게 ‘치즈 인 더 트랩’의 존재 이유인데, 선과 악이 공존하는 그의 평범하지 않은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사라지면서 유정은 두려움을 주기는커녕, ‘관계장애’를 앓아 돌봄이 필요한 유약한 캐릭터로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유정이 그랬어”라는 주변 인물들의 대사로 그가 모든 이상한 사건의 배후임을 콕콕 짚어주긴 하지만, 정작 화면에서는 유정의 모습이 별로 등장하지 않거나 싱겁게 처리됐다.

그런 상황에서 ‘변태 저질 스토커’ 영곤(지윤호)이 스릴러를 담당하면서 11~12회의 주인공으로 치고 올라왔다. 드라마의 긴장감은 유정이 아닌, 착각 속에 빠져사는 영곤이 끌고나간 것이다.

이제 종영까지 4회가 남은 ‘치즈 인 더 트랩’은 반 사전제작으로 이미 제작이 완료됐기 때문에 이러한 시청자의 불만이 반영될 여지는 없다.

로맨스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나 싶었던 드라마가 용두사미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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