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광풍 속 유대인 가문의 비극과 사랑 그려

(연합뉴스)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기수였던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후기 명작이 뒤늦게 국내에 개봉된다.

40여년 만에 스크린에서 만나게 된 영화 ‘핀치 콘티니의 정원’(1970)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부활을 알린 작품이다.

이탈리아 작가 조르지오 바사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1938∼1943년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페라라에 거주한 부유한 유대인 가문인 핀치 콘티니 가문의 몰락을 다루고 있다.

페라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 중심지로, 15세 말에서 16세기에 건립된 웅장하고 화려한 저택들로 유명한 곳이다.

핀치 콘티니 가문을 이해하려면 이런 역사적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극중 핀치 콘티니 가문의 딸이자 여주인공인 미콜(도미니크 산다)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 조르지오(리노 카폴리치오)에게 정원의 나무를 설명하면서 ‘이 나무는 500년 전 루크레치아 보르자가 심은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루크레치아 보르자(1480∼1519)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보르자가(家)의 중심인물로, 이는 핀치 콘티니 가문이 이 지역의 유서 깊은 가문임을 시사한다.

파시스트 정권의 반유대인 정책에도 핀치 콘티니 가문의 자녀인 미콜과 그의 오빠 알베르토(헬무트 베르거)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해 테니스를 치고 피크닉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다.

당시 무솔리니 정권은 독일 나치 정권에 발맞춰 유대인의 공립학교 입학 금지, 타민족과의 결혼 금지, 군 복무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민족차별법을 공표한다.

수상한 시절이지만 조르지오는 핀치 콘티니 저택을 드나들면서 미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간다. 그런 그를, 미콜은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한 친구로서만 받아들인다.

미콜은 오히려 그의 친구이자 오빠의 친구인 아리아인인 말나테(파비오 테스티)와 가까워진다.

두 청춘의 사랑은 어긋나고 그와 함께 철옹성 같았던 핀치 콘티니 가문도 파시즘의 격랑에 휩싸인다.

영화는 유대인의 학살이나 박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귀족 가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핀치 콘티니 가문도 결국에는 파시즘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그만큼 더 비극적이다.

3월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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