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는 날 장독대는

조용히 선정에 들고 있네

젊은 도반 늙은 도반 함께 모여

동안거에 들듯이

크고 작은 배흘림 항아리들

가부좌를 틀고 있네

어떻게 썩어야만 잘 익는 것인가

화두 하나 붙들고 골똘히 깊어가네

몸 안 가득 욱신거리는

짜고 매운 결들 삭이느라

묵언 한층 깊어지면

무릎걸음으로 다가온 삼동三冬이

함께 수행에 드네

푸른 서슬 내려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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