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지난해 7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휴가철. 나 또한 어디로 다녀오면 잘 다녀왔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며 멋진 휴가지를 물색하던 중 두둥- 인사발령이 났다.

생애 첫 승진이라는 가슴벅찬 선물과 함께 찾아온 인사이동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을 주는 한편,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 마주한 나의 새로운 자리는 그 모습으로나 기능으로나 마치 청원구청의 심장을 담당하는 듯 4층에 위치한 주민복지과. 그리고 그 가족이 되어 첫 출근을 하게 된 그날 다시금 긴장감에 휩싸인 내가 맡은 업무는 보육, 정확하게는 가정어린이집의 인가 및 관리, 그리고 아동보육료와 어린이집 보조금을 지출하는 것이었다.

어쩐 일인지 그 당시에 나의 지인들은 축하의 인사를 건넴과 동시에 걱정과 염려를 아끼지 않았는데 나는 그때까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겁 없이 뛰어드는 것처럼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주민센터 이름을 댈 뻔하여 버벅거리며 받은 수화기 너머로 상냥하지만 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어린이집의 원장이었다.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는 이것저것 묻더니 보조금 신청 반려를 요청하였다.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학부모다. 어느 한 신축아파트에 입주를 하고 아이를 보내려는데 어린이집이 없다는 것이다. 인가일정을 알려주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니 또다시 벨소리가 울린다. 보육교사였다. 어린이집에 퇴사 의사를 밝혔지만 처리를 해주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콜센터 직원처럼 계속해서 전화를 받아야 했는데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직원, 학부모 등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보육의 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원장 및 보육교직원, 아동, 학부모 등 여러 입장이 얽혀있고 재정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운영에 있어서나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으며 이들 모두의 입장과 요구를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실례로 지난해 발생한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보육교사의 자질 향상 및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대책 마련 등 보육서비스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 요구가 높아졌고 그 결과 지난해 5월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재 모든 어린이집이 CCTV를 설치·운영 중에 있지만 예산문제나 교사의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현재는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와 맞춤형 보육제도의 시행 등으로 보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달라진 상황에 따른 혼란과 새로운 정책 시행의 불안함 속에서 각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육” 하나라는 것을.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되어야 할 것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이다.

이를 위해서 영유아의 안전한 보육환경 정비, 보육교직원의 자질 향상 및 업무만족도 제고 등 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정부차원에서도 계속해서 우리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을 조성하고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과 질 강화를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 및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나는 그 연결고리로 그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글을 한참 쓰고 있는데 보건복지부 리플렛 표지의 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는 행복하고, 부모는 안심할 수 있는 세상”

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려보려 한다. 참 상쾌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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