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 사회복지사

 

묻고 싶다. “사회복지사는 누구인가요? 누가 사회복지사인가요?”

‘사회 복지에 관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 사전에는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아가며 갖게 된 주관적인 생각은 앞선 정의와는 차이를 보인다.

실무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주된 역할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다. 이 때, 사회복지사는 많은 역할을 한다. 자원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중개자가 되기도 하고, 양자 간 논쟁에 있어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중재자가 되기도 하며, 제도와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가가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 만능가제트가 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지녀야 할 정신과 방향성이 담긴 ‘사회복지사 선서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사회와 함께한다. (중략)’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문장이다. 모름지기 사회복지사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광의적 개념으로 해석하면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당연한 도리이기도 하다.

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고, 그들은 개인이나 혹은 타인을 위해 맡은바 업무를 수행해내고 있다. 미용사, 경찰관, 요리사, 운전기사, 환경미화원, 택배기사 등 대부분의 직업이 그렇다. 그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할지언정 과정엔 타인을 위한 서비스정신이 깃들어 있다.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얼굴 붉힐 일이 많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맞춤형 기초생활제도, 누리과정과 같은 복지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사회복지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주민이 자신의 직업과 역할을 수행해 내는 것이다. 미용사의 정성과 서비스에 국민은 웃으며 문밖을 나설 수 있고, 경찰관의 보호 덕에 국민은 안전할 수 있으며, 요리사의 정성이 깃든 요리를 먹으며 연인은 사랑을 쌓아가기도 한다. ‘나’로부터 행복이 전파된다고 여기며 타인을 대한다면 이처럼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물론,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여 학사학위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1·2급의 자격증을 가진 동료 사회복지사는 상담과 개입, 문제치료를 위해 다양한 기법을 적절히 활용한다. 하지만, 개인 모두에게 복지 선진국으로의 발전을 위해 적정 프로그램의 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전문적인 기술이 아니어도 복지 세상 만들기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웃음 전파를 뜻하는 ‘행복 바이러스’라는 말처럼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배려에서부터 복지는 시작된다. 개인의 복지증진은 사회의 복지증진으로 이어지며, 복지실천의 가장 기본 단위는 개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 사회복지인 이어야 한다.

얼마 전 어느 운전자의 블랙박스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찍혔다. 느린 도보 속도에 걱정하던 여학생은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뀐 이후 안전을 위해 부축을 도와주고, 남학생은 할아버지가 떨어뜨린 소지품을 주워줬다. 그리고 이내 운전자는 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싶다며 찾아 나섰다. 복지 선진국다운 훈훈함이다. 이 모습은 복지제도의 혜택도 아니었고, 전문적인 개입도 아니었다. 흔히 말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또한 나부터 해도 되는, 그러한 행동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나라의 복지 발전을 위해 평소 얼마만큼의 기여를 하고 있는가? 스쳐지나 가는 많은 이웃을 경계하고만 있진 않은가? 우리는 모두 광의적 의미에서의 사회복지사는 아닐까? 해답은 각자에게 있다. 복지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스스로가 사회복지인 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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